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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도서관] 제자리를 찾습니다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3.05.20 / Books A1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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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스 뒤코스 지음·그림 | 이세진 옮김 | 국민서관 | 48쪽 | 1만4000원

    "아이고, 그렇게 마음이 쓰이면 가져가시든가!"

    땅주인이 킬킬대며 말했다. 오래 정성들여 가꿔온 연못이라는 할아버지의 호소는 통하지 않았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땅주인은 "주차장을 만들 테니 내일 당장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일 뿐이다.

    연못은 하나의 세계였다. 개구리와 올챙이들이 헤엄치고 나비와 잠자리가 날았다. 연못이 사라지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할아버지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연못을 돗자리처럼 돌돌 말아 길을 떠난다.

    도시에 사는 여동생에게로 갔다. 할머니는 오빠인 할아버지를 무척 반가워했지만, 고양이들이 함께 사는 거실에 연못을 두긴 어려웠다. 다음엔 교실로 가져갔다. 아이들은 연못 속 세계에 금세 열광했지만, 이번엔 교장 선생님이 "모기가 꼬인다"며 반대했다. 병원에선 개구리 우는 소리가 신경 쓰인다고, 현대미술관에선 요즘 사람들 취향이 아니라고 쫓겨났다. 할아버지와 연못은 이 세상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세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속도와 효율을 앞세우면 작고 느린 것들은 자리를 잃고 사라져간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잃지 않고, 또 아끼고 가꾼다면, 언젠가 이 세상 어느 한 귀퉁이에 꼭 맞는 제자리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할아버지와 연못의 여정 끝에도 가슴 찡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75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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