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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벌찬의 차이나 온 에어] 보복·조롱이 특기인 中 환구시보… G7 정상회의에도 막말 난사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발행일 : 2023.05.20 / 국제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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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싸움닭'인가, 고도 상업주의인가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열린) 시안(西安)엔 맑은 물 흘러왔는데, G7(주요 7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히로시마는 정치 오물을 내뿜고 있다."

    중국 신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19일 자 사설은 시작부터 이랬다. G7 정상회의를 "가짜 다극주의 그 자체"라면서, G7 의장국인 일본을 향해서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고집하더니 이젠 정치 쓰레기까지 배출한다"고 비난했다.

    이날 환구시보가 사용한 표현들은 저급하지만, 놀랍지는 않다. 국제뉴스 전문인 이 신문은 중국에서도 극도의 민족주의 성향 탓에 '싸움닭'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환구시보의 특징을 "보복, 조롱, 서슴없는 위협"으로 요약했다.

    조롱이 특기인 환구시보는 중국에서 주류 매체에 속하지 않는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장차관급 매체 18곳에 포함되지 않고 정청급(廳局級·국장급)에 그친다. 장관급인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차관급인 CCTV에 비해 권위가 현저하게 낮다. 관(중앙선전부)이 통제하는 중국 언론 매체들은 급(級)이 명확하게 나뉜다.

    환구시보 기사의 대부분은 외신을 인용·번역한 것이고, 하루 두 편씩 게재하는 사설과 4~5편의 외부 기고 정도가 자체 콘텐츠에 속한다. 발행량은 2001년에 200만 부를 돌파한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1993년 중국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국제부가 발행한 '환구원추이'가 시초다.

    산하에는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와 인터넷 매체인 '환구망(網)'이 있다. '겅즈거(耿直哥·할 말은 하는 형)'란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을 통해 더 과격한 기조의 칼럼도 낸다.

    환구시보의 '막말'은 처음 접하면 충격이지만, 읽다 보면 진부하다. 주로 '멍청하다' '미쳤다' '악몽' 등 표현이 반복된다. 2016년 서해 조업 중국 어선들에 한국 해경이 실탄 사격을 경고하자 "한국 미쳤냐"고, 사드 갈등 때인 2017년에는 한국을 향해 "김치만 먹어서 멍청해진 것이냐"고 막말을 했다. 다른 나라들을 향해서도 삿대질하듯 '니먼(너희)'이라고 한다. 개인 감정 드러내듯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안별로 강약 조절에도 실패한다. 더욱 강한 표현을 동원해봐야 역치(?l値)만 높아져서 갈수록 전달력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중국의 애독자들은 "읽는 맛이 있고, 이해가 쉽다"면서 환호한다. 2021년 환구시보 편집인에서 물러난 후시진(胡錫進)은 웨이보에서 '환구시보 감성'에 기반해 국내외 사안을 과격하게 평론하면서 '중국판 진중권'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팔로어는 2500만명에 달한다.

    환구시보의 주 공격 대상은 원래 미국, 일본, 대만이었지만,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한국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한·미·일 밀착이 가속화된 지난달 한미·한일 정상회담 기간에 환구시보는 "한국 외교의 국격이 산산조각 났다" "한국 외교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주중 한국대사관이 이례적으로 환구시보에 항의 서한을 발송했지만, 환구시보는 오히려 "난폭한 간섭"이라며 반박했다.

    해외 매체들이 환구시보를 자주 인용하면서 이 신문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은 통상 하루나 이틀 뒤에 나오기 때문에, 외신들은 즉각적으로 쏟아내는 환구시보의 온라인 기사를 '중국 입장'처럼 인용하곤 했다. 환구시보가 '중국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반면, 이에 중국 정부가 역으로 상대국을 거친 말로 압박하려고 할 때 환구시보를 도구 삼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표] 환구시보의 막말 사례
    기고자 :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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