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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위해 청춘 바친 미국인 헐버트 박사 훈격 올려주세요"

    김승현 기자

    발행일 : 2023.05.20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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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 청원 낸 부산 초등생들 상경

    "헐버트 박사는 미국인이었어요. 하지만 한국을 깊이 사랑해 이곳에 묻히길 원하셨죠."

    지난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양화진의 호머 헐버트 박사(1863~1949) 묘역 앞에서 한무리 초등학생이 묘역 관리자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었다. 관리자가 "헐버트 박사는 구한말 을사조약의 부당성을 알리며 민족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고 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나지막한 탄식이 나왔다.

    부산 동신초등학교 6학년 2반 학생 23명은 이날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헐버트 박사 묘역에 왔다. 지난달 보훈처에 "헐버트 박사의 훈격(勳格)을 올려달라"는 내용의 청원 편지를 보냈고, 청원에 공감한 보훈처가 학생들을 이곳 묘역에 초대했다. 현재 헐버트 박사의 훈격은 3등급인 '독립장'이다. 학생들은 이를 대한민국장(1등급)이나 대통령장(2등급)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학생들은 이날 헐버트 박사 묘역에 빨간색·흰색 장미꽃을 헌화했다. 김빛나(12)양은 "인터넷으로만 봤던 헐버트 박사님의 묘역에 오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미국인인 헐버트 박사는 1886년 23세 나이로 한국에 왔다. 대한제국 왕립 영어 학교인 육영공원 교사로 한국에 왔다가 고종의 자문을 맡았다. 1905년 을사조약 이후 고종의 친서를 품고 미국에 특사로 파견돼 부당성을 알렸다. 1919년 파리 강화 회의 기간 동안 독립운동가 김규식과 여운홍의 한국 독립 청원 외교활동을 돕기도 했다. 1942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결성한 한미협회에 참여했다. 1950년 외국인 최초로 건국공로훈장 태극장(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학생들이 헐버트 박사 훈격 상향 청원 편지를 보훈처에 보낸 것은 지난달 중순쯤이었다고 한다. 선호승(47) 담임교사는 "아이들에게 알려줄 독립운동 유공자 관련 자료를 찾다가 헐버트 박사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사연을 알려주니 죽는 순간까지 한국을 사랑했던 외국인들이 이렇게 많았느냐며 놀라워했다"고 했다. 보훈처가 독립유공자의 훈격을 재논의한다는 소식을 알게 됐고, 학생들이 "공적에 비해 훈격이 약하다"며 청원 편지를 쓰자고 했다 한다.

    김수홍(12)군은 편지에서 "웬만한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고 한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박사님의 훈격을 높여주면 후대가 그분의 일을 더 높이 기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권세은(12)양도 "우리나라 사람들도 하기 힘든 일을 헐버트 박사님은 다 하셨다"고 썼다. 보훈처는 학생들이 제안한 헐버트 박사 훈격 상향 청원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호머 헐버트 (Homer B Hulbert)

    미국인 독립운동가. 1886년 대한제국 왕립 영어학교인 '육영공원' 교사로 한국에 왔다가 고종의 외교 자문역을 맡았다. 1905년 을사조약 이후 국제사회에 부당성을 알리고, 조선의 국권 회복에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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