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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문건 문제없다던 宋(송영무) 말바꿔… 옷벗을 각오로 폭로"

    원선우 기자

    발행일 : 2023.05.20 / 종합 A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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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기무부대장이었던 민병삼 예비역 대령 인터뷰

    문재인 정부에서 이른바 '계엄 문건'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국방부 담당 기무부대장이었던 민병삼(59·육사 43기) 예비역 대령은 본지 인터뷰에서 "2018년 당시 군사 2급 기밀이었던 '계엄 문건'이 군인권센터 등으로 유출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 대령은 100기무부대장으로 근무하던 2018년 7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 송영무 국방장관 면전에서 "송 장관이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라고 했고, 민 대령에겐 "공개 하극상"(더불어민주당) 같은 공격이 쏟아졌다.

    5년이 지난 현재, 송 전 장관은 당시 자신은 민 대령이 증언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문서를 만들어 부하들에게 서명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민 대령은 당시 상황에 대해 "국민 앞에서 진실만을 답변하는 것이므로 두려움은 없었다"며 "진실을 부인하는 송 장관이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국방위 출석 직전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는 그는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데 상대는 살아있는 권력이니 군 생활을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계엄 문건' 논란은 2018년 7월 6일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가 해당 문서 전문(全文)을 공개하며 촉발됐다. 기무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대규모 소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비상 상황을 가정하고 작성한 문서였다. 사흘 뒤인 7월 9일, 송 장관도 국방부 간담회에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법조계에 문의해보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는 것이 민 대령 증언이다.

    당시 민주당 등은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 음모"라며 기무사 해체를 주장하고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방문 중에 "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송 장관이 '문제없다'고 한 게 사실이라면 수사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송 장관은 "그런 발언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서'를 만들어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 대령은 끝까지 서명하지 않았다. 본지는 송 전 장관의 반론을 듣고자 휴대전화와 문자로 수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민 대령의 국방위 증언 다음 날 '장관 명령서'를 든 사람들이 사무실에 들이닥쳐 컴퓨터를 뒤졌다. 민 대령은 "나중에 들으니 송 장관이 나에 대한 징계나 법적 조치 등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다섯 번이나 내렸다고 하더라"고 했다. 민 대령은 문재인 정부가 기무사를 해체하고 당국의 먼지 떨기식 수사에 일부 기무 요원들이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며 낙심했고, 2019년 23사단 부사단장을 끝으로 전역했다.

    '계엄 문건'에 대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했었다. 그러나 민 대령은 "국가 안전 보장이 최우선 임무인 군이 마땅히 수립했어야 하는 계획"이라고 했다. 문건 내 실병(實兵) 배치 계획이 '내란 음모'라는 주장에 대해선 "실제 작전이 이뤄지려면 3군사령관과 예하 사단장 등이 지휘소 연습을 하고 구체적인 훈련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현장 지휘관들은 계획의 존재도 몰랐다"며 "문건은 아주 기초적인 대비 계획일 뿐이었다"고 했다.

    계엄 문건 합수단은 검사 37명을 동원해 100여 일간 200여 명을 조사하고 90여 곳을 압수 수색했다. 그러나 내란 음모 혐의 대신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관련자 3명을 기소하는 데 그쳤다. 민 대령은 "도끼 들고 호랑이 잡겠다더니 모기 세 마리만 잡은 꼴"이라며 "기무사 해체 등 정치적 목적을 띤 여론 몰이이자 수사였다"고 했다.

    민 대령은 "문재인 청와대도 정권 초 문건의 존재를 인지했지만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군이 정말 쿠데타를 모의했다면 2급 기밀로 정식 등재했을 리가 만무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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