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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어 죄송(尹대통령)" "꿈꾸는 듯 감격(원폭 피해자)"

    히로시마=김동하 기자

    발행일 : 2023.05.20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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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G7 참석 위해 히로시마 방문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7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原爆) 피해 동포들과 만났다. 한국 대통령이 원폭 피해자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동포 19명 대부분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당시를 직접 겪은 피폭 1세대였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늦게 찾아뵙게 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날부터 2박 3일간 히로시마에 머물며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도 찾을 예정인 윤 대통령은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가 슬픔과 고통을 겪는 현장에 고국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히로시마의 한 호텔에서 원폭 피해 동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10명,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히로시마 지부와 한인회 관계자 9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동포들이 입은 원폭 피해는 자의든 타의든, 식민지 시절 타향살이를 하면서 입게 된 피해이기 때문에 그 슬픔과 고통이 더 극심할 것"이라며 "소중한 생명과 건강, 삶의 터전을 잃은 이중고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G7 정상회의 기간인 오는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참배하는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의 한국인 위령비를 참배하는 것은 처음이고, 한일 정상의 공동 참배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저와 기시다 총리가 위령비 앞에서,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겪은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양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것을 함께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동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어 히로시마 민단 고문인 권양백(79)씨와 권준오(74) 한국원폭피해자대책위원장이 인사말을 했다. 두 살 때 원폭 피해를 겪은 권양백 고문은 "오늘 꿈을 꾸는 것같이 감격을 느끼고 있다"며 "선배 영령들을 저세상에서 만나게 되면 대통령님 오셨다고, 자랑스럽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권 고문은 히로시마 평화공원 밖에 세워졌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1999년 공원 안으로 옮기는 데 앞장섰다. 원폭 2세대인 권준오 위원장은 "윤 대통령께서 피폭 피해자들을 만나 주신 것이 한일 관계 발전에 이바지하리라고 믿는다"고 했다.

    히로시마는 1945년 8월 6일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이다. 당시 히로시마 인구 33만명 중 약 40%인 14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사망자 중에는 한국인도 2만여 명이 포함됐다. 부상자 등을 포함하면 피해자만 5만여 명에 이르고, 피폭 2세대들도 상당했다. 하지만 위안부나 강제징용 문제 등과 비교해 원폭 피해자 문제는 주목을 덜 받았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원폭 피해자들은 치료비 등 일본의 보상과 사과를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끝난 문제"라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이 1990년대 재한(在韓) 원폭 피해자 지원을 위해 기금 40억엔을 제공하긴 했지만 한국 정부도 일본과 과거사 갈등을 겪으며 피폭 문제에 대해선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피하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당초 모두 발언 후 이석하고 이후엔 박진 외교부 장관이 간담회를 주재할 계획이었으나, 윤 대통령이 "동포들 말씀을 더 듣겠다"고 하면서 40여 분간 자리를 지켰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 마무리 발언에서 "동포들이 원폭 피폭을 당할 때 우리는 식민 상태였고, 해방이 되었지만 나라가 힘이 없었고 공산 침략을 당하고 어렵다 보니 동포 여러분이 타지에서 고난과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 국가가 여러분 곁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정부와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동포가 슬픔과 고통을 겪는 현장에 고국이 함께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깊은 사과를 드리고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허리를 숙였다. 윤 대통령은 "히로시마에 있는 피폭 동포와 그 가족, 그리고 함께 애를 쓰셨던 민단과 많은 동포 관계자분들께서 조만간에 꼭 한국을 한번 방문해 주시기를 (바라며) 제가 초청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날 G7 정상회의 참석 국가 정상들과 회담을 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력을 이행하는 데 있어 역내 대표 유사 입장국인 호주와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평가한다"고 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또 "다음 주 호주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방산 협력 확대 방안을 구체화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역내 군사훈련 횟수를 늘려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팜 밍 찐 베트남 총리와 회담을 하고 "베트남에 진출한 8000여 개의 우리 기업은 양국 경제협력 관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양국 관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만큼 양국이 더욱 긴밀히 소통하며 협력하자"고 말했다. 찐 총리는 "한국의 ODA와 개발지원 사업이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기고자 : 히로시마=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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