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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농업·교육… AI 활용 사례

17~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는 지난해 말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의 등장 이후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는 AI 기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의료·농업·게임 등 각 분야에서 AI가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했다.

길 알테로비츠 하버드 의대 교수는 17일 의학과 교육 분야에 적용된 AI 기술을 선보였다. 예컨대 결핵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진은 결핵 환자가 집중된 아시아 지역에서 환자들의 유전자 샘플을 수집하고, AI를 통해 이들 유전자에서 결핵 치료약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특징을 분석하는 식이다. 이어 다양한 약물 조합을 AI에 투입하고 이를 환자들의 정보와 조합해 결핵 치료에 효과를 보이는 약물 조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알테로비츠 교수는 고등학생과 함께 AI를 활용해 3주 만에 저술한 시집을 선보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과학이나 수학 분야에 더 많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AI가 제작한 시들이 수록돼 있다. 책 디자인과 일러스트 역시 AI가 담당했다.

노구치 노보루 홋카이도대 교수와 마쓰우라 겐타로 소니 연구원은 AI를 활용한 스마트 농업 기술을 공개했다. 두세 명이 사무실에서 원격으로 로봇 10여 대를 조작해 파종·제초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로봇에 내장된 AI가 작물의 상태를 자체적으로 인식해 적정량의 비료나 화학 약품을 투입하는 식이다. 노구치 교수는 "고령화가 심각하고 식량 자급률이 떨어지는 일본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마트 농업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함께 토론에 나선 농기계 기업 TYM의 김도훈 대표는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는 97억명까지 늘어날 전망이고, 이는 다시 말해 25년 내에 현재 식량 생산량의 70%가 더 증가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AI를 활용한 농업 기술은 앞으로 닥칠 식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고 했다.

AI가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인간의 지적 노동까지 대체하는 범용 인공지능(AGI) 단계까지 발달하면 인간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식 KAIST 교수는 17일 "챗GPT와 같은 생성 AI는 그동안 양산이 불가능했던 인간의 지적 노동도 양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현재의 AI 열풍은 근사한 10층짜리 건물을 지었지만, 각 기둥이 버틸 수 있는 하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외견만 보고 이를 100층으로 확대하자는 것과 같다"고 했다. 사회와 경제 등 각 분야에 미칠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AI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게임 업체 '37인터랙티브' 리이페이 대표는 18일 "게임 산업에서도 AI의 등장으로 인해 인간이 할 일이 없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만연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기보다는 이를 정면으로 받아들여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게임 업계에서는 그간 디자이너들이 담당했던 캐릭터의 초기 디자인이나 의상·무기 등의 이미지를 AI가 생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리 대표는 "AI가 잘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노동력과 시간을 절감해 게임 기획과 같이 인간의 창의력이 필요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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