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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규모 이집트 원전 2차측 프로젝트 수주 등 해외진출에도 총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전은 EU 녹색분류체계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받았고, 탈원전을 선언했던 세계 주요 국가들도 다시 원전 복귀를 선언하는 추세다.

한국 역시 청정하면서도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원전으로 다시 돌아섰고, 그 상징이 바로 신한울3·4호기다. 신한울3·4호기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건설이 재개됐고,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직후 "원전 생태계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신한울3·4호기 건설 재개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3월 두산에너빌리티와 약 2조 9000억원에 달하는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건설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 몇 년간 일감이 말라 인력이 떠나고, 자금난이 막히는 등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원전 산업계에 그야말로 단비가 내린 것이다. 주기기는 핵분열을 통해 열을 발생시키는 원자로, 발생한 열로 증기를 생산하는 증기발생기, 증기로 전력을 생산하는 터빈발전기 등을 말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원전 기업들이 다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4대 분야별 일감 공급

한수원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며 원전 생태계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원전업계에 대한 한수원의 일감 공급은 ▲원전건설 ▲해외수출 ▲가동원전 ▲성장동력 등 주요 4대 분야로 추진된다. 우선 생태계에 직접 구매 효과를 유발할 수 있는 건설분야 일감을 확대하기 위해 한수원은 법적 절차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신한울3·4호기 인허가 취득기간 단축 및 공정 촉진에 나섰다. 계약 최초 검토부터 최종 체결까지 30~37개월이 소요되는 주기기 공급계약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 무려 8개월 만에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한수원은 원전수출을 통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200억 달러에 달하는 UAE 원전 4기 수출 경험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의 목표를 세운 한수원은 지난해 8월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한수원은 체코, 폴란드 등을 대상으로 역점으로 추진하는 대형 원전수출뿐만 아니라 원전 기자재 수출 및 기술지원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과 협력해 루마니아 노내핵계측기 공급을 수주했고, 슬로베니아 열교환기 공급 수출에 성공하는 등 원전 기자재 수출 성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또한 원전 협력 중소기업인 나다가 개발한 '터빈용 진동감시시스템'이 튀르키예 아쿠유 원전 수출에 성공했다. 국내 원전 기자재를 중소기업이 단독 수출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이다.

◇원전 생태계 체질개선

한수원은 원전 생태계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협력기업을 비롯한 모든 원전 생태계 구성원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원전 생태계 활성화 TF'를 발족했다. TF는 원전 건설, 운영, 수출, 사후관리 등 원전 생애주기별 각 분야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협력기업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도 수시로 마련하고 있다. CEO가 주관하는 간담회 및 대토론회, 협력기업의 현장을 방문하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있다)' 간담회 시행을 통해 200여개 협력기업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원전 생태계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성원들의 체질개선을 이끌어내고자 외부 전문기관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한수원은 올해 말까지 '원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고 세부 이행계획을 구체화해 협력기업의 자생력 확보 등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TF 팀장인 전대욱 한수원 기획본부장은 "중소기업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경쟁력을 갖추도록 각종 지원책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협력기업 지원책 재정비

기존 협력기업에 대한 지원책들도 재정비하고 있다. 지난 3월 산업부, 산업은행, 두산에너빌리티와 '원전 중소·중견기업 대상 특별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총 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특별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이는 산업은행의 금리 우대와 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의 자금예치를 통해 경영난을 겪는 원전 협력기업에 3~5%대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원전 분야 수출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해외 판로 지원에도 열심이다. 수출 대상국을 직접 방문해 판로를 개척하고 현지 바이어를 발굴하는 '해외 시장개척단'을 비롯, 수출이 유망한 기자재에 대해 잠재적 구매자에게 설치 및 사용을 지원하는 '해외 발주처 시범 사용 지원', 해외 수출품의 운송비 및 수출역량 향상을 위한 컨설팅을 시행하는 '해외 바이어 발굴 및 물류 서비스 지원' 등 맞춤형 수출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협력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R&D 및 생산성 향상 지원도 계속된다. 중소기업이 큰돈을 들여 R&D에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한수원은 원전 관련 부품·장비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자금의 약 85%를 지원하고 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우리 원전이 세계시장에서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은 한수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협력기업들이 함께 노력해준 덕분"이라며 "힘든 시기를 잘 버텨준 기업들이 다시 활력을 되찾아 세계 최고의 기업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수원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안에 원전 생태계 완전 복원 반드시 이뤄내겠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탈원전으로 어려움을 겪은 원전업계에 신속한 일감 공급과 금융 지원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추진 중”이라며 “올해 안에 원전 생태계 완전 복원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 출범 1년이 지났는데 원전 분야의 성과는?

“작년 7월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핵심으로 하는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을 수립해 국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한 원전의 역할을 바로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정부에서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했고, 2030년까지 허가가 만료되는 10기 원전의 계속 운전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다시 추진하고 있다.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지난 3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달부터 차례로 2조원 규모의 보조기기 계약도 발주될 예정이다. 원전 수출에서는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폴란드 원전 가시화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4월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때 원전 분야 협력이 다수 논의되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우선, 차세대 원전 기술인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활발한 협력 논의가 있었다. 미국 측의 SMR 설계 역량과 우리 측의 검증된 제작, 건설, 운영·관리 전문성을 결합해 향후 글로벌 시장을 공동으로 개척해 나가자는 것이다. 원전 연료 협력을 논의해 나가기로 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동맹국인 미국으로부터의 연료 도입을 검토하고, 미국 측은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는 윈윈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고준위폐기물관리법 제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인 원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원전의 필연적인 부산물인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난 40여년간 9차례의 관리시설 부지선정 실패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일관성 있고 투명하게 시설 확보를 추진하려면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정부는 법안의 잔여 쟁점을 해소하고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윤석열 정부의 남은 4년 동안 원전분야의 정책 추진 계획을 소개한다면.

“먼저, 금년 내에 원전 생태계 완전 정상화를 반드시 이루도록 하겠다. 신한울 3·4호기는 2024년 착공을 차질없이 준비하고, 원전 10기의 계속운전도 신속히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 지난 5년간 원전해체와 방폐물 중심으로 확대되었던 R&D를 정상화하여 미래기술 확보, 수출경쟁력 강화, 원전 활용 확산 등을 위한 기술 개발에 향후 5년간 2조원 규모의 재원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의 ‘혁신형 SMR 사업’ 중심의 독자 기술개발과 함께 연내 출범 예정인 ‘SMR 얼라이언스’를 통해 SMR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량을 함께 모아가도록 하겠다.”

"사업 초기 1조 4000억 집행, 중소기업에 하루빨리 혜택 돌아갈 수 있게"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존폐 위기를 겪던 수많은 원전 관련 기업에 가뭄의 단비”라면서 “지난 5년간 원전 생태계 매출과 해외 수출액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한울3·4호기가 희망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황 사장은 “앞으로 주설비공사, 보조기기 기자재 등 단계적 계약 체결을 통해 원전 산업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특히, 기자재·설계·시공 등 분야에 사업 초기 3년간 1조 4000억원을 집행해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하루빨리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해외 원전 수출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체코와 폴란드 사업은 한수원이 장기간 공을 들여온 사업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전방위 수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2024년 예정된 최종사업자에 한수원이 선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황 사장은 이어 “네덜란드 등 새로운 원전 도입 추진 국가를 상대로 한 수주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맞춤형 패키지 발굴 등 정부와 협력해 원전 10기 수출을 달성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짧은 기간 엄청난 변화… 핵연료 영구처분법 올해 안에 꼭 제정해야"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 추진 상황에 대해 “지난 1년간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다했고, 짧은 기간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다만 “국민이 기대하는 원전 수출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국내 이슈로는 사용 후 핵연료 영구처분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올해 안에는 꼭 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탄소 중립을 위한 원전 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정 교수는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에너지 정책의 핵심 화두가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와 국가에 지속 가능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원전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전을 위한 정책이 아닌 탄소중립을 위한 원자력으로 국민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에 기반을 둔 흔들리지 않는 원전 정책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본문자수 : 5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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