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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젤렌스카 "파괴된 헤르손이 기술·문화 선도하는 서울처럼 되기를"

    김은정 기자 박수찬 기자

    발행일 : 2023.05.18 / 통판 A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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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도움 호소한 우크라 대통령 부인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7000㎞ 떨어져 있지만, 우리의 상호 이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가깝습니다." 평화를 상징하는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17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개막식 단상에 올라선 올레나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은 이렇게 축하 연설을 시작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지난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7000㎞를 날아 서울에 왔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만나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하면서 내내 그녀가 호소하는 것은 하나였다. 세계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힘을 합쳐 달라는 것, 그리고 한국이 그 역할에 앞장서 달라는 것이다.

    그녀는 윤석열 대통령 등 ALC 개막식 참석자들 앞에서 영어로 매일 눈앞에 펼쳐지는 우크라이나의 참상에 대해 담담하게 증언했다. "2주 전에도 헤르손(우크라이나 도시)의 수퍼마켓과 시장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는 장면을 봤고, 바로 눈앞에서 일하러 가는 사람들을 태운 버스가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되기도 했다"고 했다. 헤르손은 러시아 침공 이후 최대 격전지로 주민들은 러시아의 점령과 우크라이나의 탈환을 모두 겪었다. 그는 러시아 폭격으로 승무원이 다쳤지만 승객을 태우고 정시에 도착한 기차를 예로 들며 "우리는 매일 집과 일터에서 죽을 위험을 안고 있지만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기차처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젤렌스카 여사는 "방공호 속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미사일 공격을 피해 지하철역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침대 위일지 무너진 집 잔해 아래일지 모르는 사람들…. 나는 세계에 우크라이나가 겪는 참상을 말해야 했지만, 한국인들에겐 이런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한국인들은 이미 우리가 겪은 일을 그대로 겪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도 헤르손은 러시아의 포격을 1주일에 평균 360번, 하루 50번꼴로 받는다"며 "서울이 (6·25 당시) 겪었던 모든 것을 똑같이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언제나 기술과 발전의 리더였다. 이제 세계에 평화를 되찾아주는 리더십의 모델이 될 때"라는 말로, 이번 전쟁 종식을 위해 한국이 나서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그는 "우리와 아픔을 함께해주고 도움을 나눠준 한국인들, 민간인이 살해될 때 인도주의적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언급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죄자가 당신 가족을 죽이러 침입했을 때 인도적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먼저 살인자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헤르손의 경우 방공 시스템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그것은 여러분의 나라(한국)가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들처럼 기술적으로 발전해 있고, 효과적"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기된 휴전론에 대해서 젤렌스카 여사는 "추상적인 휴전이 아닌 승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만의 슬픔, 우리만의 위협이 아니다"라며 "국제 규범을 위반하고 한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모두를 불안하게 만드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유럽 안보의 운명뿐 아니라 전 세계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며 "어떤 독재자도 이웃 국가를 핵무기로 위협하고 자신들의 뜻을 다른 국가에 강요하지 못하도록 (이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했다. 젤렌스카 여사가 축사를 끝맺자 다이너스티홀을 가득 메운 청중은 기립 박수를 쳤다.
    기고자 : 김은정 기자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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