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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생선시장 '파시' 40년 만에 부활… 4년간 120억 투자해 'K-관광 흑산도' 만든다

    조홍복 기자

    발행일 : 2023.05.17 / 기타 C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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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관광섬 흑산도

    전남 신안군 흑산도는 1960~80년대 조기와 고래, 고등어 파시(波市)가 섰다. 파시는 바다 위 어시장. 어종별 풍어기(豊漁期)에 맞춰 파시가 열리면 고기잡이 배와 운반선이 연안에 늘어서 흥정이 시작됐다. 흑산의 예리항은 즐비한 술집과 음식점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조기와 삼치, 고등어 파시가 호황을 누렸다. 흑산도 바다 생선시장은 연평도, 위도와 함께 '서해안 3대 파시'로 꼽혔다. 정부가 1964년 흑산도를 어업 전진기지로 선정한 것도 파시의 규모를 고려한 조치였다. 1990년대 들어 유통방식이 변하면서 파시는 쇠퇴했다. 흑산도는 이후 '홍어의 본향(本鄕)' '해양 관광의 섬'으로 탈바꿈했다. 흑산도 상징 '파시'의 정취가 근 40년 만에 부활한다.

    ◇K-관광섬 흑산도… "사라진 바다 위 생선시장 재현한다"

    신안군은 국내 'K-관광섬' 5곳 중 신안 흑산면 흑산도가 포함됐다고 16일 밝혔다. K-관광섬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처음 추진한 관광섬 육성 사업이다. 내국인은 물론 특히 외국인을 겨냥했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은 유인도서를 보유한 전국 14개 지자체가 지난해 12월 이 사업에 응모했다. 4개월여 심사 끝에 지난달 16일 신안군 흑산도와 여수시 거문도,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울릉군 울릉도 등 5개 섬이 최종 'K-관광섬'으로 선정됐다. 4년간 5개 섬에 투입하는 사업비는 500억원이 넘는다.

    문체부 관계자는 "휴양과 체험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여행 추세에 맞춰 청정한 해양환경을 보유한 데다 인파가 붐비지 않는 섬을 발굴해 '우리나라 대표 관광섬'으로 육성한다"고 말했다. 각 섬은 관광 편의시설·서비스 개선, 관광 자원·콘텐츠 개발은 물론 고유의 관광 정체성을 구축한다.

    신안군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4년 동안 국비를 포함해 120억원을 'K-관광 흑산도' 육성에 투자한다. 기본계획 수립을 거쳐 오는 10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2026년 하반기 흑산공항 개항에 맞춰 사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흑산도 관광 개발 키워드 두 가지는 '파시'와 '자산어보'다.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는 홍어공원 대신 고래공원이 있다. 주민들은 "40년 전까지 집채만 한 고래를 흑산도 해체 작업장(고래판장)에서 손질했다"고 증언한다. 한 일본포경회사는 흑산도 해역에서 1926~1944년 18년간 858마리의 대형 고래를 포획하기도 했다. 흑산은 고래의 섬이었다. 흑산도 고래잡이는 1986년 포경이 금지되면서 막을 내렸다.

    신안군은 옛 파시를 흑산의 경제 중심지 예리항의 광장에서 재현할 예정이다. 예리항 주변 유휴공간을 활용해 관광객이 상인과 직거래하는 파시를 열기로 한 것이다. 오문석 신안군 관광개발팀장은 "과거 연중 파시가 열린 곳은 흑산도가 유일했다"며 "바다 위에 어시장을 만드는 데 제약이 많아 부두 쪽에 이벤트 형태의 파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배 체험 시설 만들고, 숙박 인프라 대폭 개선"

    흑산은 '유배의 섬'이었다. 1985년 목포에서 2시간 걸리는 쾌속선이 취항하기 전까지 8시간에서 10시간이 족히 걸렸다. 조선시대 뭍에서 뱃길로 한 달이 소요됐다. 손암 정약전, 면암 최익현 등이 흑산도로 유배됐다. 손암은 흑산 서리마을에 후학을 양성하는 '사촌서당'을 세웠다. 또 흑산도 풍속과 연안 해양생물의 특징 등의 내용이 담긴 서적 자산어보(玆山魚譜)를 집필했다.

    신안군은 유배 유산인 사촌서당과 자산어보, 유배문화 공원을 연계한 체험형 관광지를 만든다. 1998년 복원한 사촌서당 인근에 유배 체험과 숙박이 가능한 시설을 세우고, 폐교 건물을 고쳐 자산어보 전시관과 체험 교실로 만든다. 자산어보를 배우는 캠프도 운영할 계획이다.

    코로나 이전 흑산도와 홍도 등 흑산면 9개 섬에 연간 36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관광객 대부분은 흑산도를 거쳐 홍도에 입도(入島)한 뒤 하룻밤을 지내며 유람선을 즐겼다. 흑산도는 기착지에 불과했다. 흑산의 주요 관광지가 유배문화 공원과 일주도로(25.4㎞) 등으로 빈약한 탓이었다. 신안군 관계자는 "흑산은 목적지가 아니라 스치는 섬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흑산도는 숙박 인프라가 부실하다. 현재 호텔 1곳과 여관 17곳 등의 객실 수는 395개. 수용 인원은 하루 최대 1150여명에 불과하다. 2026년 하반기 50인승 항공기가 흑산공항에 취항하면, 항공기로만 연간 최대 53만명이 흑산도를 방문할 수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하기에는 현재 숙박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문석 팀장은 "민간의 숙박 시설 투자 유치가 최대 숙제"라며 "기존 숙박 업소에 대해서는 침대와 침구류 교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여러 단점을 보완해 흑산도를 세계인이 찾는 'K-관광 섬'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고자 : 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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