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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씩 OB(퇴직자)들 초청해 식사 대접하고 기념품 선물하는 데 2000만원 넘는 예산이 들어갑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이래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한 공공기관 직원이 기자에게 "일부 정부 부처나 국책 연구기관의 '퇴직자 예우'가 도를 넘은 게 아니냐"며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평생 한 직장에서 애쓴 선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것 자체를 탓하는 건 아니지만, 사기업도 아니고 국민 세금을 예산으로 쓰는 정부 관련 기관에서 퇴직자 예우에 돈을 쓰는 게 맞느냐는 것이죠.

본지가 국회 서정숙(국민의힘) 의원에게 의뢰해 부·처·청급 중앙행정부처 36곳의 퇴직 공무원모임 현황을 취합했더니, 절반인 18곳이 퇴직자 모임을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에서 최근 3년 사이에 퇴직자 모임에 예산 지원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부처는 7곳이었습니다. A기관은 퇴직자 정기 총회를 열고 기념품 선물을 주는 데 900만원을 썼고, B기관은 올해 신년 교례회 예산으로 490만원을 썼습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퇴직자들을 위한 행사에 현직 직원들을 동원한 뒤 퇴직자 행사가 아닌 것처럼 포장해 예산을 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C기관은 퇴직자 모임 행사를 할 때 현직과 외부 인사까지 불러 공식적인 기관 행사처럼 보이게 하는 '꼼수'로 5000만원 예산을 썼다고 합니다.

국민 소통 창구인 '온국민소통' 홈페이지엔 "지방자치단체에서 퇴직한 공무원 친목 단체에 정부 돈을 왜 펑펑 퍼주느냐. 전직 공무원들의 모임이니까 행정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궤변으로 정당성을 또 포장할 거냐"는 글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글엔 "그럴 예산 있으면 주위에 어려운 국민들 돕는 데 한 푼이라도 더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퇴직한 분들은 이 같은 목소리에 서운함을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부처·기관에서 평생 일한 분들이라면 누구보다 국민 세금의 엄정함도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기고자 : 김성모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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