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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희의 환경칼럼] '알이백 족쇄 풀기' 시동 걸렸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발행일 : 2023.05.17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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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이백(RE100)'은 작년 대선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가 거론하면서 유명해졌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쓰자는 캠페인을 말한다. 영국 민간 단체가 깃발을 들었고 글로벌 기업 다수가 호응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려면 꼭 이행해야 하는 의무처럼 돼버렸다. 그런데 한국은 자연조건으로 태양광·풍력 전기를 풍족하게 생산하기 쉽지 않다. 현재 전체 전력의 8%밖에 되지 않는다. 기업들이 알이백 전기를 쓰고 싶어도 쓰기 힘들다. 이러다가 알이백 때문에 수출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오늘(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CFE 포럼'이 발족한다. 알이백의 대안(代案)을 찾자는 모임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참여하고 삼성전자·SK·현대차 등 전력 수요 기업과 GS에너지·한화에너지·SK이앤에스 등 에너지 공급 기업들이 동참한다. CFE란 '카본프리 에너지', 곧 무(無)탄소 에너지를 말한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에 태양광·풍력만 있는 게 아니다. 원자력도 무탄소이고, 화석연료 발전소도 탄소 포집(CCS) 설비를 달았으면 무탄소 에너지가 될 수 있다.

    우리의 고민은 태양광·풍력만 갖고는 알이백 가입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캠페인이 캠페인 수준에 머문다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알이백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부품·소재 등을 공급하는 협력 기업에도 태양광·풍력만 쓰도록 종용하는 게 문제다. 미국 같은 나라는 태양광·풍력 전기가 풍부한 데다 원자력 전기보다 값도 싸 아무 문제가 없다. 우린 태양광·풍력 전기 공급량도 부족하고 값이 너무 비싸다. 4월 기준 한전의 정산 단가를 보면 원자력 전기는 ㎾h당 37원이었는데, 태양광·풍력은 156~157원이었다. 국내 기업 사이에 알이백 전기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 태양광·풍력은 더 비싸질 것이다. 비싼 값을 주고도 구할 수 없으면 해외로 공장을 옮겨야 한다.

    이건 매우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다. 원자력 전기는 풍력·태양광 못지않은 청정에너지다. 고(高)밀도 에너지여서 소요 토지가 태양광의 200분의 1, 30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같은 토지 부족 국가에는 더할 나위가 없는 친환경 에너지다. 그런데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서울로 가는 길에 경부선만 있는 게 아니다. 영동선도 있고 서해안선도 있다. 그런데 경부선만 이용해야 한다는 규칙을 강요한다면 그건 서울로 가는 걸 돕는 게 아니라 방해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피해를 한국 기업들이 뒤집어쓰게 된다.

    카본프리 에너지 포럼은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확장시키자는 시도다. EU도 원자력을 친환경 전력으로 분류했다. 미국도 원자력을 무탄소 전력으로 인정해 태양광·풍력처럼 보조금·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작년 10월 '한국은 글로벌 호구가 아니다'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알이백의 불이익을 가만히 앉아 당하지 말자는 주장이었다. 알이백의 불공평을 국제적으로 적극 알리고 원자력 전기가 당당하게 무탄소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오늘 발족하는 카본프리 에너지 포럼은 그걸 위한 첫발을 떼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기업들이 선택적으로 원자력 전기를 구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태양광·풍력 전기를 썼다는 신재생 인증서(REC)와 비슷하게 원자력 전기 인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원자력 전기를 구입하는 기업은 그에 따른 추가 요금(프리미엄)을 내야 할 것이다. 알이백 참여 기업들은 신재생 인증서를 구입해야 했는데, 원자력 인증서도 같은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원전 관련 인프라 구축비, 지역 주민 지원비, 송전망 보강비 등에 활용하면 된다. 신재생 확충은 기존의 전력수급기본계획,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2050 탄소 중립 등의 이행을 통해 차질 없이 진전돼야 한다.

    포럼 사무국은 상공회의소에 설치한다고 한다. 정부부터 앞장서서 카본프리를 국제 어젠다로 띄우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한다. 프랑스, 미국 등 원자력 강국과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한덕수 총리가 이미 유럽 순방 중 스웨덴 기업인들에게 "알이백 대안으로 카본프리를 밀고 나가자"고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해외 미디어에도 적극 알려 논리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산업부는 올 연말 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28차 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8) 때 카본프리를 정식 의제로 올리겠다고 하고 있다. UAE는 우리와 원자력 이익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기후회의 의장국 영향력을 빌린다면 카본프리를 글로벌 표준으로 발전시킬 동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고자 :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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