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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민달팽이

    정지섭 기자 도움말=이준상 순천향대 한국자생동물자원활용융복합연구소 교수

    발행일 : 2023.05.17 / 특집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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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데기 없는 달팽이… 이빨 돋은 혀로 나뭇잎 갉아 먹는대요

    요즘 영국에서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정원 식물을 민달팽이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뉴스가 나오고 있어요. 민달팽이가 잎과 줄기를 닥치는 대로 갉아먹어 식물이 죽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여름이 돼 비가 많이 오면 곧 달팽이들을 볼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런데 달팽이 중에는 껍데기가 아예 없는 종류가 있어요. 이들을 민달팽이라고 해요. 소매가 없는 옷을 민소매, 아무 무늬가 없는 걸 민무늬라고 부르는 것처럼 '없다'는 뜻의 접두사 '민'을 달팽이 앞에 붙인 거죠.

    껍데기가 없는 걸 빼면 민달팽이는 달팽이와 아주 비슷하답니다. 우선 머리 쪽을 보면 뿔처럼 솟은 두 쌍의 촉수가 있어요. 앞쪽의 짧은 한 쌍은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더듬이 역할을 하고요. 뒤쪽의 긴 한 쌍에는 눈이 달렸답니다. 입안에는 이빨이 촘촘하게 돋은 혀가 있어요. 이를 치설(齒舌)이라고 하는데, 나뭇잎을 갉아먹는 데 유용하죠. 민달팽이도 달팽이처럼 암컷의 생식 기관과 수컷의 생식 기관이 한 몸에 있어요. 자웅동체라고 하는데, 짝짓기를 할 때는 상대방과 머리 옆에 있는 생식 기관을 맞대서 자신의 정자와 상대방의 정자를 교환하죠.

    달팽이의 껍데기는 연약한 몸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요. 민달팽이는 갖가지 환경에 좀 더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껍데기를 아예 벗어버리는 쪽으로 진화했어요. 무거운 껍데기가 없는 만큼 돌 틈이나 나무껍질 속 등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길 수 있거든요. 민달팽이는 몸을 급하게 숨길 수 있는 껍데기가 없기 때문에 움직일 때 몸을 보호하기 위해 끈적끈적한 액체가 달팽이보다 더 많이 나온대요.

    민달팽이도 달팽이와 마찬가지로 추운 겨울이나 여름철 뙤약볕이 한창일 때는 겨울잠과 여름잠을 자요. 비가 내린 뒤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움직이기 좋을 때는 활발하게 활동하고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돌 틈이나 우거진 숲 등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곳에 살다 보니 달팽이만큼 자주 눈에 띄지는 않는 거죠.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달팽이 중에서 산민달팽이(몸길이 최장 15㎝)와 민달팽이(8㎝)는 토종이고요, 두줄민달팽이(5㎝)와 작은뾰족민달팽이(4㎝), 노랑뾰족민달팽이(14㎝)는 외국에서 유입된 외래종이에요. 일부 외래종 달팽이가 원예 작물 등의 잎을 갉아먹어서 큰 피해를 주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토종 민달팽이와 외래종 민달팽이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어요. 토종 민달팽이는 몸에 껍데기가 있었던 흔적이 아예 없어요. 반면 외래종 달팽이는 몸 안에 희미하게나마 껍데기 흔적이 남아 있어요.

    일부 민달팽이들이 농사와 원예에 지장을 주는 해로운 동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지만, 민달팽이는 썩은 풀과 낙엽 등도 잘 먹기 때문에 숲속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기고자 : 정지섭 기자 도움말=이준상 순천향대 한국자생동물자원활용융복합연구소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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