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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연극으로 돌아오니… 고향 찾은 연어 된 기분"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3.05.17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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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무대에 서는 65년차 배우 박근형

    "직장을 다니며 가족을 꾸리고 무대 위에서 늙어가는 한 남자의 일생 전체를 무대 위에 펼쳐 보일 수 있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보는 역할을 이제야 맡게 됐네요."

    15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근형(82)은 "30대 후반부터 60대 후반까지, 몽상 속에 나오는 인물부터 실제 인물까지 변화를 표현하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오는 21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연출 신유청)에 주인공 '윌리 로먼'으로 출연한다. 7년 전 국립극단 연극 '아버지'(연출 박정희)에 이어 무대 복귀작도 다시 아버지 역할. 이번엔 시대의 흐름도 과거의 잘못을 속죄할 기회도 놓친 채 늙고 또 낡아가는 아버지다.

    박근형 배우는 "마음 같아선 매해 연극 하고 싶다. 자꾸 기회를 놓치나 싶더니 벌써 연극한 지 7년이 됐대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다시 무대로 돌아오니 고향 찾아온 연어가 된 기분이에요. 젊었을 땐 몰랐던 젊은 아버지부터 노년의 아버지까지 '세일즈맨' 윌리 로먼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고요."

    '세일즈맨의 죽음'은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의 1949년작 희곡. 할리우드 영화만 4편 넘게 만들어졌고 더스틴 호프먼 등 당대의 명배우들이 윌리 로먼 역을 맡았다. 국내에서도 전무송(81) 등 숱한 배우가 무대 위에서 공연했다. 박근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대를 뛰어넘는 호소력이 큰 작품"이라고 했다. "사람은 저마다 꿈을 꾸며 살죠. 그 꿈을 이루려 평생을 애쓰지만, 뭔가 이루는가 싶은 그때 가장 큰 위기가 옵니다. 그 안타까움을 이루 말로 할 수 없지요."

    재벌 회장님이나 고위 정치인 역할을 주로 해왔지만 이번엔 평범한 세일즈맨. 그는 "오랜만에 아주 깊이 파고들 수 있는 역할을 만났다"며 또 즐거워했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일본 형사 역할 같은 악역은 스스로 제 연기의 한계를 깨뜨려 보려 궁리할 때, '역할 창조'라는 연기 이론을 실제 적용해 본 거였어요. 세일즈맨 윌리 로먼은 또 다른 도전입니다."

    1958년 연극 데뷔 후 연기 경력이 벌써 65년. 그는 지나고 보니 박근형의 연기 인생은 "촌놈이었다"고 했다. "전북 정읍 시골의 대가족 안에서 자랐던 게 인간의 본성을 가르쳐 준 것 같아요. 그래서 남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는 속도가 빠른 '촌놈'이 됐지요. 소년 시절 겪은 전쟁, 눈앞에서 자폭하는 빨치산을 본 일, 시험을 쳐서 서울로 유학 온 촌놈의 경험이 내 연기의 자양분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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