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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서울 도심 막고 '술판' 노숙 집회

    김광진 기자 정해민 기자 오유진 기자

    발행일 : 2023.05.17 / 종합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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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불허에도 강행… 교통마비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평일인 16일 오후 서울 도심 중구 세종대로를 비롯한 주요 도로 곳곳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당초 1박 2일 노숙 시위를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를 허용할 수 없다며 이날 오후 5시까지만 집회를 허락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후에도 집회를 계속하며 1박 2일 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서울 도심 교통은 온종일 마비됐다. 이날 밤 노조원 일부는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기도 했다.

    건설노조 소속 노조원 2만50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앞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1일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소속 간부 양모(50)씨를 '열사'로 칭하며 "열사 정신 계승"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쳤다. 양씨는 건설 현장에서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었다.

    건설노조는 애초 16~17일 이틀간 시위를 신고했지만, 경찰은 불허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허가된 집회 이후에도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이 허가한 집회 시간은 오후 5시였지만, 그 이후에도 노조 측은 도로 위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집회를 했다. 경찰이 수차례 "평일 무단으로 차로를 점거하고 추모제를 빙자해 미신고 집회를 해서 심각한 교통 불편, 시민 불편을 일으키고 있다"며 집회 해산 경고 방송을 했지만 듣지 않았다. 노조는 이날 예정됐던 '이태원 추모 문화제' 측에 요청해 이 문화제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집회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이태원 추모는 일종의 '관혼상제'이기 때문에 야간에도 집회 신고가 가능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노조원 5000여 명은 문화제가 끝난 오후 8시 이후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동화면세점 앞 인도에 돗자리를 깔고 노숙했다. 일부는 이면도로를 침범해 자리 잡았고, 소형 토치와 구이판을 준비해 오징어를 굽거나 술을 마셨다. 서울광장과 50m 정도 떨어진 편의점에서는 약 1시간 만에 소주가 매진됐다. 노조원 1600여 명은 오후 8시 30분 서울행정법원의 허가에 따라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으로 행진했다.

    경찰은 건설노조의 집회에 대비해 비상 차로를 확보하고 도로를 통제했지만, 집회 장소 근처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 때문에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숭례문 앞까지 세종대로 약 1㎞ 구간 8차로 중 4차로를 통제했다. 집회로 오후 3시 30분 기준 세종대로 일대 평균 시속은 2㎞ 미만을 기록했다. 집회가 계속되던 퇴근 시간대의 혼잡은 더욱 컸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박모(38)씨는 "오늘 세종대로가 통제된다고 하기에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타고 출근했는데, 퇴근길에는 버스를 30분 동안 기다려도 안 와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인근 직장인 차모(45)씨는 "퇴근하려고 차 끌고 나왔는데 30분가량 꼼짝도 못 했다"며 "차를 다시 회사에 주차하고 대중교통으로 집에 가려 한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말 집회는 장소도 마땅치 않을 뿐만 아니라 노조원들이 쉬어야 하니 평일에 하는 것"이라며 "도심 교통을 마비시켜 시민들이 불편을 토로하고 정부에 부담되면, 정부가 자기들 주장을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건설노조에 수차례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은 없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산명령을 어기더라도 사후적으로 벌금형 수준의 처분만 가능하다"며 "심각한 폭력 행위 등이 없으면 해산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자신들을 겨냥한 '건폭(건설 현장 폭력) 수사'에 대해 "탄압을 중단하라"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양 열사가 염원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야 한다"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무릎 꿇리고 윤희근 경찰청장을 사퇴시키자"고 했다. 이양섭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본부장은 "법을 공부했다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건폭이니, 깡패니 자존심밖에 남지 않은 우리 동지를 죽게 만들었다"며 "이게 검찰 공화국의 현실"이라고 했다. 집회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대표, 강성희 진보당 의원도 참여해 발언했다. 건설노조는 17일에도 상급 노조인 민주노총과 함께 대정부 투쟁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기고자 : 김광진 기자 정해민 기자 오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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