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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추방 정책(트럼프 시행 '42호 정책')' 종료되자 美 국경으로 66만명 몰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발행일 : 2023.05.13 / 국제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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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국경 도시 비상사태 돌입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주자들을 가차 없이 추방할 수 있게 한 이른바 '42호 정책(Title 42)'이 11일(미 동부 현지 시각)을 끝으로 종료되면서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국경을 넘으려는 이주자들의 행렬이 빠르게 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 도입된 42호 정책은 망명 자격 여부와 상관 없이 이주자들을 즉각 추방할 수 있게 했다. 이로 인해 한 해 수십만 명씩 유입됐던 불법 이주자가 크게 줄었는데, 조치가 끝나면서 미국에 진입하기 더 쉬워지리라는 전망에 이주자가 급증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정부 문서를 인용해 "42호 정책의 종료를 앞두고 멕시코 일대에 미 국경을 넘으려는 약 66만명이 밀집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는 "42호 정책 종료가 국경이 열린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이주자 행렬을 줄여보려고 노력하는 한편, 월경(越境) 단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

    미·멕시코 국경엔 42호 정책 종료 시점에 맞춰 이주자 행렬이 밀려들며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국경의 이주 희망자 수용 시설은 이미 기존보다 훨씬 많은 2만8000명을 수용하고 있다. 텍사스·애리조나 등의 국경 지역 도시들은 이민 희망자 수만명이 계속 몰려드는 것에 대비해 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접경 지역 관리를 위해 국경순찰대원 2만4000명 외에 미군, 비밀 경호국 요원, 법원 집행관 등 수천명이 추가 투입됐다. CNN은 "국토안보부 인원 1400여 명, 국방부 인원 1500명, 미군 550명과 망명심사관 약 1000명이 지원을 위해 파견됐다"고 보도했다.

    42호 정책은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시행됐다. 1944년 제정된 '공중보건에 관한 법률' 중 '심각한 위험이 되는 전염병이 존재할 경우 해당국으로부터 사람 또는 물품의 유입을 전부 혹은 일부 금지할 수 있다'라고 명시한 42호를 근거로 삼았다. 이전에는 이주 희망자가 어떻게든 국경을 넘은 다음 국경순찰대에 적발되더라도, 망명을 신청하면 미국에 머무는 것이 가능했다. 이민 법정에 출두하고 망명 심사를 하는 절차에 여러 해가 걸려, 이를 핑계로 미국에 입국한 후 눌러앉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42호 정책 종료와 함께 밀려드는 이주자를 우려한 국토안보부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장관은 11일 공개한 영상을 통해 "국경은 열려 있지 않다. 오늘밤부터 합법적 경로를 밟지 않고 국경에 도착한 사람들은 망명 부적격자로 여겨질 것"이라고 '무작정 이주'에 대해 경고했다. 정부 앱을 통해 예약을 한 뒤 차례를 기다려 국경에 와야 하며, 이런 절차를 밟지 않고 미국에 불법 입국했다가 적발돼 추방된 경우 향후 5년간 미국 입국 및 망명 신청이 금지되는 등 엄벌을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인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불법 이민자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공화당(야당)은 불법 이주자를 차단할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조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이날 멕시코와 인접한 남부 국경의 장벽 건설을 재개하고 망명 신청자도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멕시코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219표, 반대 213표로 가결했다. 공화당 소속인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미국에 오고 싶다면 법에 따라 망명을 신청하라"며 "적법하지 않게 온다면 구금되거나 송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이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설령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42호 정책 종료 이후 실제로 불법 이주자가 급증한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주자 문제가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42호 정책 종료로 인한 이주자 증가가, 여전히 높은 미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때 시작된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켜 왔다. 그런데 이주자가 늘어 구인난이 해소되면 물가 상승률이 진정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캐서린 램펠은 이달 초 '미국에는 이주자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라 너무 적다'는 칼럼을 통해 이주자 증가로 해결될 문제 중 하나로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는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가장 심한 인력난에 직면한 업계(요식업·보건의료 등)는 이주자를 특히 많이 고용하던 업종들"이라고 썼다.
    기고자 :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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