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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발 빼고 유럽 간 개미들, 어떤 종목에 투자했을까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뜻하는 서학 개미들의 관심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아가고 있다. 미국 투자 시장의 불안이 반영된 결과다. 미국은 고금리를 못 견딘 지역 은행들이 잇달아 문을 닫는 가운데, 정부마저 여야 정쟁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그런데 서학 개미들은 유럽 증시에서 대표 업종인 명품보다는 반도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 개미 중 프랑스에 투자하는 소위 '불(佛)개미' 투자자들이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명품이 아니라 차량용 반도체 종목이었다.

◇미국서 유럽으로 옮기는 서학 개미

서학 개미들은 불안한 미국 대신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서 3억3700만달러(약 4469억원)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 전환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도 3억90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북미 펀드 120개에서도 4503억원(9일 기준)이 빠져나갔다.

반면 서학 개미들은 올 들어 유럽 증시에서 매월 2000만달러 안팎 순매도를 하다가 지난달 929만달러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로 돌아섰다.

미국 시장에선 고금리로 인한 불안에 더해 최근 정부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 9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과의 부채 한도 상향 합의에 실패했다. 12일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합의에 끝내 실패한다면 다음 달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미국) 경기 침체 위험이 남아 있어 최악은 지나갔다는 투자자들 기대는 틀린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에서도 전기차, 반도체 매수

11일 삼성증권이 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자사 고객의 프랑스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을 집계한 결과 1위는 차량용 반도체 회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로 나타났다. 순매수 금액은 약 9억원으로, 2위인 명품주 크리스챤 디올(4억8000만원)의 2배에 달했다. 삼성증권은 국내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프랑스 주식을 온라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차량용 반도체를 납품하는 반도체 제조 기업이다. 프랑스·이탈리아 합작사로 본사는 스위스에 있고 주식은 미국과 유럽 각국에 상장돼 있다. 전기차에 관심이 많은 주주들에겐 익숙한 회사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서학 개미들이 테슬라 외에 부품 제조 업체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불개미의 프랑스 증시 순매수 3~5위는 구찌 모회사인 프랑스 명품 패션 그룹 케링(4억2000만원), 인공 심장 전문 제조업체 카르마(1억2000만원), 제약업체 사노피(5000만원)였다.

프랑스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중 불개미가 가장 많이 산 것은 'HSBC 유로스톡스50 UCITS ETF'(순매수액 2억9000만원)였다. 이 상품은 유럽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대표 명품주는 오히려 팔아

반면, 불개미들은 통상 '프랑스' 하면 연상되는 대표적 명품 패션주들을 팔았다. 이들은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이자 프랑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지난 1년간 155억원어치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했다. 특히 작년 6월부터 지난 2월까지는 9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세계 3대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도 약 17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주 주가가 오를 대로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LVMH는 지난 1년간 주가가 약 59% 올랐다. 지난달 LVMH는 중국 부유층의 구매 증가와 유로화 강세 등에 힘입어 시총이 유럽 기업 중 처음으로 5000억달러(약 665조원)를 돌파했다. 이 영향으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지난 3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꺾고 세계 1위 부자 타이틀을 재탈환했다.

[그래픽] 지난 1년간 서학개미의 프랑스 주식 순매수 톱5

[그래픽] 미국 주식 팔고 유럽 주식 사는 서학개미 기고자 : 최형석 기자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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