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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0일 수출 작년보다 -10%… 무역적자 벌써 300억불 육박

수출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올 들어 무역 적자가 벌써 300억달러에 육박했다. 그나마 내수가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간신히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와 수출이 살아나지 않으면 올해 1%대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상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위축돼 1.5% 성장할 전망"이라고 했다. KDI는 지난 2월 올해 성장률을 1.8%로 전망했지만, 3개월 만에 낮췄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금 반도체 경기가 2001년도 IT 버블 붕괴,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심각한 부진 상황"이라고 했다. KDI의 전망은 기획재정부·한국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인 1.6%보다 낮고, 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다.

◇무역 적자, 벌써 300억달러 육박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5월 1∼10일 수출액은 144억8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줄었다. 승용차(125.8%), 자동차 부품(7.8%) 수출은 늘었지만, 수출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반도체가 1년 전보다 29.4% 감소한 타격이 컸다. 이런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지면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확실시된다. 국가별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14.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86억5400만달러로 5.7% 감소했다. 국제 원유 가격 하락으로 원유 수입액이 17.3%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1~10일 무역수지는 41억6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누적 무역적자는 294억1200만달러에 달한다. 무역수지는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14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반도체'와 '중국'으로 요약되는 수출 부진은 하반기 들어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KDI는 이날 수출이 상반기 13.9%, 하반기 0.9% 각각 감소해 연간으로는 7.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한국은 반도체 수출 중 메모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반도체 경기 변동에 더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반도체 관련 제품 수요의 주기를 감안하면 올해 2~3분기 중 반도체 경기 저점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대출은 증가세로 돌아서

수출 빙하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다. 1분기(1~3월)에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으나 민간소비가 4.5% 증가한 덕분에 국내총생산(GDP)이 0.8% 늘었다. 4월 제조업 취업자가 10만명 가까이 줄었는데도 전체 취업자가 35만명 증가한 것 역시 숙박·음식점업과 보건복지업 등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가계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 대출 잔액은 1052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원 증가해 넉 달 만에 반등했다. 증가액으로 따지면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1월부터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2∼3개월 시차를 두고 증가했고, 전세자금대출 감소 폭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정부는 내수가 버팀목 역할을 하는 동안 수출이 하반기 회복되면 올해 목표로 한 1%대 중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내수 회복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기저효과 등 주로 일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지속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여기에 수출 회복까지 늦어지면 1%대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신용평가사 S&P는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1%로 제시했다. 씨티은행(0.8%), 노무라증권(-0.1%) 등 1% 미만 성장률을 전망하는 외국 금융사도 등장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반도체나 중국 경기 회복에 따라 성장률 1.5% 달성도 어려울 수 있다"며 "1% 초반도 안 좋은 시나리오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픽] 수출과 소비 증감률 추이 /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기고자 : 최규민 기자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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