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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퉁이 돌고 나니] 8년 만의 안타까운 재회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발행일 : 2023.05.12 / 여론/독자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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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을 보니 받지 못한 낯선 번호가 찍혀 있었다. 예감이 특별해 전화했다. "누구신지요?" "저 진현(가명)입니다." "포천 공동체에 불을 내고, 그 밤에 나간 진현이?" "그렇습니다." "내가 널 얼마나 찾고 기다렸다고! 어디니?" "검찰 ○○지청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니." "모의하던 일 자수하러 왔다가, 벌금 밀린 것이 드러나서 여기 있습니다."

    포천 산마루해맞이공동체 숙소에 불을 내고 나간 지 8년 만이다. 나는 즉각 검찰로 달려갔다. "진현아, 얼마나 내가 널 찾고 기다렸는지 아나? 그간 어떻게 지냈니." "일용직 일 나가다가 술을 먹게 되어, 알코올중독으로 술만 먹고 살았습니다. 이젠 속병이 생기고 허리까지 못 씁니다." "올해 몇 살이지." "스물여섯입니다." "진현아, 아직 인생의 시간은 충분하다. 내가 벌금 문제는 다 해결해 줄 테니, 8년 전 나와 한 약속을 지킬래? 그때 공부하러 가기로 했지. 공동체에 들어가서 공부하자."

    함께 갔던 봉사자가 묻는다. "공동체에 들어가려면 술에서 깨어나고 마음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일시 교도소에 들어가 있으면 어떻겠어요?" 그는 동의했다. 내가 기도해 주니, "목사님, 이 자리를 예배라 생각해도 되나요. 이것 헌금으로 드립니다. 제가 가진 것 전부입니다." 5000원권 1장, 1000원권 2장 그리고 500원짜리 1개, 50원짜리 1개였다. 부활절 헌금으로 봉헌해 주었다.

    일주일 후, 나는 교도소를 찾았다. "진현아, 견딜 만했니?" "작은 일들이 감사했어요. 믹스 커피 한 잔이 얼마나 귀하고 맛있었는지요. 배에 통증이 심해요. 나가서 우선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나가자고 했다. 즉시 석방 절차를 밟고, 벌금 200여 만원을 범칙금 납부 계좌로 송금했다.

    그리고 병원 치료를 도와주는 어른께 연락했다. 아흔을 바라보신다. "오늘 교도소에서 나오는 형제가 있습니다. 내일 건강검진을 도와주십시오." 그 연세에도 당장 수소문하여 연락을 주셨다. "목사님, 형제님을 내일 아침 7시에 교회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나는 진현이를 석방시켜 교회로 갔다. 진현이는 여관에서 자기 짐을 가지고 새벽에 오겠다고 한다. 나는 5만원을 비상금으로 주면서 다녀오라 했다. 밤에 전화가 왔다. "목사님, 저 지금 술 먹고 있습니다. 내일 못 가겠습니다." 내 피가 멎는 듯했다. "진현아, 지금 멈춰라. 너를 생각하여 급히 진료토록 해주신 어르신도 생각해야지." 긴 설득 끝에 새벽에 오겠다 한다. 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 후 찾아왔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목사님 돈으로 술을 먹지는 않았습니다. 돈을 돌려 드립니다. 목사님께서 가자는 그 길이 꽃길인 줄 압니다. 그런데 그 길이 너무 두렵습니다." "그렇구나. 괜찮다. 다만 네게 일어나는 생각을 놓치지 말고 끝까지 스스로 그 이유를 묻거라. 두려움의 터널 끝이 보일 때까지. 너를 기다리고 있겠다." 속히 알코올중독 치유 센터 건립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 애절했다.
    기고자 :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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