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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2030] 뉴노멀이 되지 못한 것들이여 안녕

    황지윤 경제부 기자

    발행일 : 2023.05.12 / 여론/독자 A2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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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향인의 시대가 돌아왔다. 요즘 유행하는 MBTI(성격 유형 검사)로 치면, E(Extrovert)형 인간이 지배하는 익숙한 세계가 복권됐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공식 해제하면서 빼도 박도 못 하게 됐다. 2020년 1월 이후, 무려 3년 4개월 만이다. 한국도 11일 위기 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하면서 사실상 엔데믹을 선언했다. 방역 지침으로 오후 6시 이후부터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됐던 엄혹한 시절이 언제 있었나 싶다.

    동시에 지난 3년간 완전히 자취를 감춘 줄 알았던 구습(舊習)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테면 노래방 회식 같은 것. 최근 회식에서 1차→2차→노래방까지 달린 직장인 A씨는 "없어진 게 아니라 그저 멈췄던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하는 A씨의 표정은 밝았다. "전 사람들이랑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거 좋아해요." A씨는 코로나 이후를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무적의 외향인이다.

    업무상 미팅이 잦은 직장인 B씨는 두 달 전 코로나에 걸리고 쾌재를 불렀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극심한 피로감에 시달렸고, 밭은기침을 쉼 없이 해댔지만 감수할 만했다. 일주일 격리 기간에 잡아놨던 점심·저녁 약속을 모조리 취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꼭 만나야만 일이 성사되나요? 비대면 문화가 당연했던 코로나 기간에 훨씬 효율적으로 일했던 것 같아요." 내향인, MBTI로는 I(Introvert)형인 B씨는 코로나 기간에 맛봤던 '사회적 거리 두기'의 달콤함을 잊을 수 없다.

    대부분 조직에서 내향인은 비주류다. 조용함은 소심함으로 여겨지고, 신중함은 배포가 부족하다고 지적받기 일쑤다. 친목과 사교 대신 일 자체에 헌신하는 성향은 직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활달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성향, 좌중을 휘어잡는 리더십 등 외향적 특질이 '윤활유'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만큼은 예외였다.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었고, 회의는 비대면 회의로 대체됐다. 업무상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모이지 않았다. 일과 삶 사이에 경계선이 그려졌다. 직장에서는 '일꾼'이기만 하면 됐다. 사내 워크숍이나 행사는 물론 일과 술이 범벅이 되는 저녁 자리도 확 줄었다. 국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각종 모임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내향인이 조용히 고집해온 삶의 방식이 방역 차원에서 '옳은 것'으로 장려되던 이례적 시기였다.

    한때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불렸던 팬데믹의 유산은 이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원상복귀가 '비정상의 정상화'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재택근무의 선두 주자였던 판교의 개발자들도 요즘 사무실 출근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어느 국내 기업은 상시 재택근무와 워케이션(work+vacation)을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최근 사무실 출근으로 정책을 바꿔 직원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하지만 모든 걸 다 되돌릴 필요가 있나. 우리가 코로나 때 경험했던 낯선 문화 중 받아들일 만한 것은 없을까?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고요한 저녁 시간, 숙취로 얼룩지지 않은 아침의 또렷한 정신 상태 같은 것을 그리워하면 비정상일까?
    기고자 : 황지윤 경제부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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