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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차량기지 이전 무산… 18년 끌더니 원점으로

    김수언 기자

    발행일 : 2023.05.12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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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재부 "타당성 없다" 결론… 구로 울고, 이전 후보지 광명 웃고

    18년 동안 끌어온 수도권 전철 1호선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차량기지 이전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면서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다시 대체 기지 마련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차량기지가 옮겨간 뒤 지역 개발을 기대했던 구로구와 삭발 시위까지 벌이며 강력하게 반대했던 광명시는 희비가 엇갈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과 면제 사업 선정 안건 등을 심의했다. 그 결과 구로차량기지 광명 이전 사업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결론 냈다. 광명시 주민들의 거센 반발 등이 지역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도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결과가 발표되자 광명시는 입장을 내고 "18년간의 역주행 끝에 백지화라는 종착역을 맞이했다"고 했다. 또 "18년 동안 타당성 조사를 세 번이나 벌이고도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인 광명시민의 의견조차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며 "결국 좌초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다"고 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30만 광명 시민과 지역 국회의원, 공직자의 승리"라며 사업 무산을 환영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은 2005년부터 추진됐다. 1974년 조성된 구로차량기지를 광명으로 옮기고, 그 사이 3개 역사를 신설하는 게 골자다. 들어가는 사업비만 1조1859억원에 이른다. 구로차량기지는 25만3224㎡ 규모 부지에 본청사, 검수차고, 폐기물처리장 등이 조성돼 하루 평균 수십대 열차가 머물렀다.

    그때만 해도 서울 끝자락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 구로공단이 커지는 등 인근 지역이 개발되면서 주택과 상가, 빌딩 등이 빼곡히 들어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음과 진동, 먼지 피해 등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랐다. 특히 차량기지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 지역이 단절돼 교통 불편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구로구와 주민들은 끊임없이 차량기지 이전을 요구했고, 2005년 정부의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 속에 포함되면서 이전 사업이 공식화됐다. 초기에는 구로구 항동과 부천시 범박동, 광명시 노온사동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는데, 시간이 갈수록 9.4㎞가량 떨어진 광명 노온사동이 대상지로 굳어졌다. 정부는 2006년 예비타당성조사를 시작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광명시의 반대와 문제 제기로 벽에 부딪혔다.

    광명시는 당시 "인근 정수장 오염이 우려된다"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면서 전면 지하화하고, 현충공원역, 철산역 등 5개 역을 새로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어 이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9년 5월 국토부가 실시한 주민 의견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2.6%가 반대하기도 했다.

    표류하던 사업은 지난 대선 구로구 유세 때 윤석열 대통령이 '기지 이전'을 약속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구로구는 구로구대로, 광명시는 광명시대로 서로의 요구를 주장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최근에는 광명시 주민들이 세종 기재부 청사 앞에서 삭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전반대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구로구 주민들의 40년 불편을 광명시 주민들에게 그대로 떠넘기는 것인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구로구는 "(차량기지) 이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속하게 대안을 마련해 다시 이전 사업 추진을 하겠다는 것이다. 구로구 주민들 사이에선 "국회의원이든, 구청장이든 이전 백지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차량기지 인근에 사는 정모(56)씨는 "18년을 기다려 왔는데 허망할 뿐"이라며 "선거 때마다 해줄 것처럼 말만 하는 정치인들한테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사업 주체인 국토부는 이 사업이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돼 있는 만큼 광명시가 아니더라도 대체 지역을 찾아서 이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선 광명시와의 재협의가 쉽지 않다"며 "아직까지 차량기지를 받아줄 곳은 없지만,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 구로차량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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