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파워시니어 위한 일자리 부족

"아이 가르치는 일엔 아직 자신 있어요. 가르친 아이가 한글을 깨치곤 '선생님, 도서관 책이 다 보여요'라고 할 때 그 기분 아세요? 내가 살아 있다는 증명 같았어요."

36년 교육 경력 이모(63)씨는 2년 전 정년퇴직 후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하루 6시간쯤 '촘촘보조교사' 자격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촘촘보조교사는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일대일로 돌보며 학교 교육의 빈틈을 메우는 일을 한다. 이씨는 작년 3월부터 주 30시간 정도 일하고 매달 180만원쯤 번다고 했다. 60세 이상 자영업자 평균 월소득 141만2000원(2021년 기준)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씨는 모두돌봄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이런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를 알게 됐다. 신중년 경력형 일자리는 50~70세 신중년들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고용노동부 사업인데, 연간 3000개에 불과하다.

국세청 퇴직자 추모(61)씨도 경력을 살리는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이 크다고 했다. '일터와 사람들'이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작년 4월부터 퇴직 공무원들과 함께 세무·회계 상담을 하고 있다. 추씨는 "한번은 30대 청년 사업가가 종교 단체에 납품을 하다 세금 문제로 쩔쩔매길래 상담해줬더니 '속이 너무 시원하다'고 했다"며 "경력을 활용하니 일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베이비부머가 대거 은퇴하면서 건강하고 전문 경력도 풍부한 '파워 시니어'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고령자들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도 묻지 마 창업을 하지 않으면 질 낮은 재취업 기회가 대부분이다. 현직 경험이 풍부한 '실버 칼라' 경력을 살릴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은정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나이 들어 퇴직했다는 이유만으로 경비나 청소와 같은 단순 노무직 일자리에서만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령층이 일에 대한 자존감은 낮아지고 좌절감과 불안만 커지게 된다"며 "은퇴자들이 노동시장 경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도록 돕는 정책 노력이 시급하다"고 했다. 기고자 : 김성모 기자
장르 : 연재
본문자수 : 97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