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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마법, 헐크를 스마트 장타자로 만들었다

    민학수 기자

    발행일 : 2023.05.11 / 스포츠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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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쳤다하면 340야드' 정찬민, KPGA 2주 연속 우승에 도전

    "장타자 정찬민 프로님 치십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경기도 여주 페럼 클럽. 공식 연습일에 정찬민(24)이 드라이버를 잡자 같이 연습 라운드를 도는 동료가 익살스럽게 그를 소개했다. 정찬민이 "자꾸 이러면 기권할 거예요"라면서 유쾌하게 답하고 부드럽게 휘두르자 "땅~"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이 300야드 지점 벙커를 넘겨 350야드 부근에 떨어졌다.

    이미 초장타자로 유명한 그는 별명이 많다. '코리안 헐크' '한국의 디섐보' '한국의 욘 람'. 188㎝ 115㎏에 달하는 체격에 턱수염까지 기른 덕이다. 수염을 안 길렀을 때는 장타왕 브라이슨 디섐보(30·미국)와 비슷하다고 하더니 수염을 기르니 욘 람(29·스페인)이 됐다.

    10세에 골프에 입문,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한 정찬민은 프로 무대(KPGA)에선 기대에 못 미쳤다. 고3 때 400야드(약 370m)를 넘긴 적도 있는 파워 골퍼지만 2019~2020년 정규 투어 자격시험(퀄리파잉 테스트·QT)에서 연거푸 낙방하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GS칼텍스 매경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면서 도약 채비를 마쳤다. 원래 이 대회는 코리안 투어 상위 65위 이내여야 출전할 수 있는데 상위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72위인 그에게 기회가 돌아왔고 그걸 놓치지 않았다.

    정찬민이 이렇게 절치부심하면서 영광의 순간을 맞기까지 이끈 은사는 박준성(46) 코치다. 박 코치는 10년 전 중학생이던 정찬민을 송암배에서 처음 만났다. 박 코치는 당시 국가 대표 상비군 지도자였다. 그는 "몸이 부드럽고 공을 멀리 쳤다"며 "열심히 해서 국가 대표팀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고등학교 때 정말 (대표팀에) 들어왔다"고 회고했다.

    박 코치는 아마추어 국가 대표팀 시절부터 정찬민과 호흡을 맞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정찬민 외에도 남녀 프로 골퍼와 아마추어 선수 등 10여 명을 지도한다. 박 코치는 "정말 감개무량하네요. 정 프로는 이제부터 시작이죠"라고 말했다. 미 PGA(미 프로골프) 투어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장타 능력에 섬세한 쇼트 게임과 퍼팅 능력을 장착하면서 완전체로 진화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박 코치는 미국 고교 유학 시절 타이거 우즈(48)와 함께 라운드를 해본 적도 있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서 국가 대표를 지냈지만, PGA 투어에서 뛰고 싶어 미국으로 건너가 부치 하먼, 데이비드 레드베터, 행크 헤이니 등 골프계에선 이름만 대면 아는 명지도자들을 모두 사사했다. 그럼에도 PGA 2부 투어에서 몇 차례 뛰어보는 데 머물렀다. 대신 못다 이룬 꿈을 후배들에게 이식하기 위해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출발했다. "찬민이가 PGA 투어에서 우승하는 날까지 같이하겠다"고 말했다.

    정찬민이 턱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건 지난 3월 칠레에서 열린 미 PGA 2부 투어 참가를 앞둔 시점. 그는 "프로 골퍼는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코치님 말씀이 와닿았다"고 전했다.

    박 코치는 지난겨울 정찬민과 함께 정확성을 높이는 훈련에 집중했다. "2부 투어에서 뛰던 시절 주로 공이 왼쪽으로 급하게 휘는 훅(Hook) 때문에 고생했습니다. 그래서 드라이버 샷 구질을 낮게 날아가다 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로 페이드(Low Fade) 구질로 바꿨죠. 비거리는 20m가량 줄지만 왼쪽으로 휘는 공은 완전히 배제할 수 있었습니다. 왼쪽은 닫아 놓고 칠 수 있도록 한 거죠. 1부 투어에선 비(飛)거리를 좀 더 내기 위해 탄도(彈道)를 더 높여서 하이 페이드(High Fade)를 치거나 클럽을 약간 닫아 놓고 오른쪽으로 밀어치는 푸시볼(Push Ball)을 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을 똑바로 치는 비결은 '30㎝의 비밀'에 있다고 한다. 공이 맞는 순간에 클럽 헤드가 볼 뒤 20㎝부터 볼이 맞고 나서 10㎝ 지점까지 목표 방향을 향하도록 수직을 유지하는 것이다. 장타를 치는 선수들은 일찍 손목을 돌리면 공이 아주 심하게 왼쪽으로 감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11일 개막하는 우리금융챔피언십에서 정찬민은 PGA 투어 3개 대회 연속 톱 10 성적을 거두고 있는 임성재(25)와 KPGA를 대표하는 베테랑 박상현(40)과 함께 1·2라운드를 돈다. 임성재와는 중학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데 서로 "멋진 승부를 펼치겠다"고 장담했다.

    [그래픽] 정찬민 '30cm 마법'으로 340야드(311m) 날린다

    ☞정찬민 장타 비결과 박준성 코치 해설 동영상은 유튜브 채널 '민학수의 올댓골프'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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