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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오셀로·맥베스… 셰익스피어에 홀린 극장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3.05.11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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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재, 최고령 리어왕 단독 출연

    "딸들아, 짐은 이제 왕국의 통치권과 소유권, 왕권에 소속된 모든 권리를 너희에게 나눠주고자 한다. 누가 가장 짐을 사랑하는가."

    딸들의 달콤한 말에 속아 넘어가기 직전 왕관을 쓴 리어왕 역 배우 이순재(88)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연습실 안을 울렸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빌딩, 연극 '리어왕'의 배우들이 언론에 처음 연습 장면을 공개했다.

    이 연극의 제목은 전 회차 매진 기록을 세웠던 2021년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 때와 마찬가지로 '이순재의 리어왕'. 2년이 채 안 돼 다시 내달 1일 1335석 규모의 서울 LG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미수(米壽)의 배우 이순재가 이번에도 주역 리어왕으로 단독 출연한다. 윤완석 총괄프로듀서는 "이언 매켈런이 80세, 로런스 올리비에가 73세에 리어왕을 연기했다. 기네스북에 이순재 배우를 최고령 리어왕 배우로 등재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요즘 공연장은 '셰익스피어 러시'다. 희극 비극 가리지 않고, 연극 뮤지컬 창극 클래식 등 예술 장르도 넘나든다.

    12일에는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또 다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오셀로'(연출 박정희)가 개막한다. 중세 베네치아, 야수처럼 전장을 달려온 무어인 용병 전쟁 영웅 오셀로가 처음 느껴보는 질투의 감정에 끝내 붕괴하는 이야기. 박호산과 유태웅이 주역 오셀로를 맡고 이자람과 이호재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함께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는 창극으로도 다시 태어난다. 내달 8일부터 딱 나흘간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베니스의 상인들'.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이성열 연출은 이전에도 고 차범석 선생의 사실주의 희곡 걸작 '산불'을 창극으로 무대에 올린 바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지난달 말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오페라 '맥베스'를 공연했다. '맥베스'는 오는 12월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로도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오는 11월 베를리오즈의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한다. 역시 셰익스피어다.

    셰익스피어 극뿐 아니라 셰익스피어를 소재로 상상력을 가미한 공연들도 이어졌다. 로맨틱 코미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연초 서울을 시작으로 지방 순회 공연을 마쳤다. 지금 대학로에는 18세기 셰익스피어 위작 희곡 논란을 다룬 소극장 뮤지컬 '윌리엄과 윌리엄의 윌리엄들'이 공연 중이다.

    왜 지금 다시 셰익스피어일까. '리어왕' 이순재 배우는 "리어왕은 바닥까지 추락한 뒤 백성의 고통을 몰랐다고 사과하며, 부자들을 향해 빈자들을 돌아보라고 외친다. 지도자의 여민동락(與民同樂)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를 쓴 최여정 공연평론가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은 엘리자베스 여왕에서 제임스 1세로 왕권이 넘어가던 시기에 완성된, 시대의 불안이 반영된 이야기"라며 "그 안의 다양한 인간 군상, 본능과 격정은 여전히 불안한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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