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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잠과의 사투' 벌인 뉴욕 한인 사장

    정시행 뉴욕 특파원

    발행일 : 2023.05.10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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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요커들의 눈물 속에 폐업한 샌드위치집 '스타라이트 델리' 사장 김정민씨를 지난 1일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 아렸던 것은 그가 평생 '잠과의 사투'를 벌였다는 점이었다. 그는 가난한 미국 이민 1세대다. 청년 시절 여럿이 쪽방 하나를 빌려 번갈아 쪽잠 자며 막일을 했고, 이후 자녀 셋을 키우며 14시간씩 식당을 하느라 39년간 매일 4시간밖에 눈을 붙이지 못했다. 한밤중 퇴근 땐 몸을 가누기 힘들어, 오후부터 일터에 합류한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다고 했다. 담담한 그의 말을 듣다가 "저도 자식 넷을 둔 부모님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제 아이를 키워보고서야 알았습니다" 했더니, 김씨가 "아이고 그랬군요"라며 빙그레 웃었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부모들은 자식 키우는 기쁨만큼이나 그 바닥 모를 피곤함에 관해 대화를 채우곤 한다. 뉴욕의 한 응급실 의사는 "10년간 30시간 교대 근무에 야근을 밥 먹듯 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 겪은 우리 부부의 수면 부족은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땐 푹 쉬어도 되는 업무와 달리, 육아는 365일 24시간 몸과 마음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더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올 때 본인 또는 부모님을 위해 많이 사가는 물품이 천연 수면호르몬 보충제인 멜라토닌이다. 미국에선 멜라토닌이 건강기능식품이라 처방 없이 살 수 있다.

    서구에선 부모들의 부족한 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주의를 환기한다. 영국·독일 연구팀이 영유아 부모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부모들은 자녀가 태어나 만 6세가 될 때까지 절대적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학령기 이후에도 부모의 수면 부족은 만성화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성인의 하루 적정 수면 시간을 7~9시간으로 보는데, 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63%라고 한다. CDC는 수면 부족을 비만과 당뇨, 심장질환과 우울증 등 각종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CDC의 지난해 조사에선 6시간 이하의 절대적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비중이 높은 연령대가 25~44세(36.4%)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45~64세(34.5%)로 나타났다. 자녀 교육과 직장에서의 업무 부담이 가장 높은 나이대에 수면의 질과 양이 가장 저하된다는 해석이다. 필요 수면 시간 충족률은 유아기까지 높다가 40~50대에 최저치를 찍고 노년에 다시 올라가는 'U'자형을 그리는데, 이는 심리학계에서 보는 인간의 행복도 패턴과 유사하다고 한다.

    마음 편히 잠들지 못하는 것은 누군가를 보살피고 책임져야 하는 이들에겐 숙명과 같은 영광의 상처일 것이다. 성숙한 어른들이 묵묵히 감내하는 고단함이 쌓여 다음 세대를 키워낸다. 우리는 모두 거기에 빚지고 산다.
    기고자 : 정시행 뉴욕 특파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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