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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워싱턴 선언을 넘어 핵 잠재력 확보에 나서자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발행일 : 2023.05.10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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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의 본질은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의 증강과 기술적 고도화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에 대한 신뢰를 높임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안심시키는 데 있다. 그간 미국은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할 경우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즉각 압도적·결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공약을 되풀이해왔다. 심지어 2022년 10월 공개된 '핵 태세 보고서(NPR)'에서는 북한의 핵 사용이 체제 종식을 초래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과연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을 희생할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을 지켜줄 것인지에 대한 국내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워싱턴 선언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해 북한의 핵 공격에 대비한 전략 수립에 한국이 참여하고, 미국의 핵 작전을 한국의 재래식 역량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기획·이행하는 한편, 핵 전력 운용 주체인 미국 전략사령부가 참여하는 한미 연합 도상 훈련을 실시하기로 한 것은 주목할 성과다. 이는 확장 억제라는 난해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현실 세계에서 실제로 어떻게 이행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공약에 대한 막연한 의구심을 해소하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한미 동맹이 영구히 건재하다는 보장은 없으므로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에만 무한정 안주할 수는 없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여 한국이 스스로 챙겨야 할 몫은 핵 잠재력 확보다. 단기간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적·산업적 기반을 갖추는 것은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이 신뢰성을 잃을 상황에 대비한 보험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

    핵 잠재력을 확보할 유일한 현실적 방법은 우라늄 농축 기술과 공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원전을 20기 이상 가동 중인 대한민국에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평화적 목적으로 농축 시설을 보유할 당당한 명분과 논리가 있다. 농축 시설이 핵무기용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에 전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만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허용하는 평화적 농축 권리를 더 이상 포기할 수는 없다.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 에너지 안보는 경제적 사활뿐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국가 안보 문제이기도 하다. 전력 공급에서 원전 몫이 거의 30%에 달하는 나라가 원전 원료인 농축우라늄 공급을 전적으로 해외 독과점 업체에 의존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는 위험한 도박이기도 하다.

    원전 부지에 저장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핵무기 수천 기를 제조할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지만 이는 원전의 원천 기술을 제공한 국가와 핵연료를 공급한 국가의 사전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전 동의를 해줄 나라는 없으므로 결국 미국 등과 체결한 원자력협력협정을 위반하여 국제적으로 불량 국가로 낙인찍히지 않고는 재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재처리를 통해 얻을 플루토늄은 핵무기 원료 외에는 용도가 별로 없으므로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경제성도 없고 환경적으로도 너무 위험하다. 핵무장을 위해 NPT를 탈퇴하는 나라에는 국제적으로 핵연료 수입을 포함한 평화적 원자력 협력이 거부되므로 농축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핵무장을 시도하면 원료 공급을 못 해 원전 가동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에 반해 평화적 목적의 농축은 미국에서 도입한 장비나 천연 우라늄을 사용하지 않는 한 한미 원자력협정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란에 농축을 허용하는 협정(JCPOA)에 서명한 미국이 한국의 평화적 농축을 시비할 명분이나 근거도 없다.

    다만, 농축을 추진하면서 대한민국이 NPT의 당사국으로서 농축 시설을 오로지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임을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가장 엄격한 사찰을 수용해야 한다. 또한 정부가 농축을 결심하기 전에 미국과 상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려야 한다. 농축해도 되느냐고 미국에 물어보는 것은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이 농축에 반대할 명분도 법적 근거도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과 부합하는 것도 아니므로 선뜻 지지하기도 어렵다. 대신 우리의 결정을 통보할 때 워싱턴 선언에 따라 NPT상 의무를 성실히 준수하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할 수는 있을 것이다.
    기고자 : 천영우 前 청와대 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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