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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맞은 여섯살 맏아들 옷 바꾸러 갔다가…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발행일 : 2023.05.10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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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쇼핑몰 총기난사 희생 한인 가족, 맏아들만 생존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 교외의 쇼핑몰 '앨런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로 숨진 한인 교포 일가족 3명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섯 살 맏아들이 생일 선물로 받은 옷을 교환하러 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앨런시(市) 경찰 당국의 발표와 댈러스 한인 매체 '달사람닷컴'의 보도 등을 종합하면 사망자는 조규성(38·미국명 큐)씨와 아내 강신영(36·신디)씨 부부, 이들의 둘째 아들 제임스(3)다. 이들은 첫째 아들 윌리엄(6)이 지난 2일 생일을 맞아 선물받은 옷이 잘 맞지 않자, 옷을 바꾸러 이 쇼핑몰에 들렀다가 희생됐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조씨는 변호사, 아내 강씨는 치과 의사였다. 이들은 댈러스 북쪽 이층집에 살면서 주말이면 인근 한인 교회에 나갔고 아들은 기독교계 사립학교에 보냈다. 남편 조씨가 다니던 로펌 홈페이지에는 "자유 시간에 그는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두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긴다"는 소개 글이 남아 있다. 이 글에는 "큐는 아메리칸드림에 대해 깊은 자부심·존경심·감사함을 갖고 있다. 한국어를 원어민으로서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댈러스 인근 지역 라틴아메리카 커뮤니티의 많은 고객을 변호하기 위해 현재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는 내용도 있다.

    8일 미국 모금·후원 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엔 이 가족의 이름, 사진과 함께 장례 등 절차에 도움이 되도록 후원해 달라는 내용의 모금 페이지가 개설됐다. 페이지 작성자는 "윌리엄은 불과 며칠 전 여섯 번째 생일을 축하했다"며 "그는 이 끔찍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가 됐다"는 글이 게재돼 있다. 고펀드미 개설자가 목표한 금액은 5만달러(약 6600만원)였지만, 20시간 만인 한국 시각 9일 오후 10시 기준 2만4000여 명이 124만달러(약 16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기부자들은 "윌리엄,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항상 너를 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을 거야" "많은 사람이 너(윌리엄)를 사랑하고, 너는 혼자가 아니야" 등의 글을 남겼다.

    처참했던 총기 난사 현장에서 강씨가 마지막 순간까지 6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품에 꼭 안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듯한 발언도 나오고 있다. 전일 CBS 등은 한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바닥에 쓰러져 숨진 한 여성의 품에서 어린 남자아이를 꺼냈다. '괜찮니'라고 물으니 아이는 충격에 휩싸인 듯 '엄마가 다쳤어요, 엄마가 다쳤어요'란 답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경찰 당국에 따르면, 조씨 가족을 포함해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8명, 부상자는 7명이다. 희생자 중엔 초등학생 사망자이자 자매인 다니엘라(11)와 소피아(8) 멘도자 등 어린이가 2명 더 있다.

    경찰에 사살된 범인 마우리시오 가르시아(33)는 2008년 6월 미 육군에 입대했다가 정신 건강 문제로 3개월 만에 조기 제대 처분을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가르시아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는 팔과 몸통에 커다란 나치 문신을 새긴 사진이 발견됐고, 백인 우월주의와 총기 난사에 매료돼 이를 '스포츠'로 묘사한 내용도 나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내가 좋아하든 아니든 나는 히스패닉"이라면서 "(이는) 인지 부조화의 극치"라고 썼다. 총기 난사 당시 그는 '극우 죽음의 부대(RWDS)'란 휘장을 차고 있었다.

    한편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은 "가르시아가 쇼핑몰에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대를 골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가르시아의 신원과 일치하는 한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구글 맵스'를 통해 쇼핑몰이 가장 붐비는 요일·시간대를 검색해서 캡처해 둔 이미지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실제 사건 당일은 토요일인 데다 미국의 기념일인 '마더스 데이(Mother's Day·어머니의 날)'를 앞두고 선물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몰렸다. 사건 발생 지역 인근엔 한국계와 인도계가 많이 거주한다. 이것이 그의 범행 동기와 관련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 중이다.
    기고자 :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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