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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고전 이야기] '밤으로의 긴 여로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발행일 : 2023.05.09 / 특집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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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연극의 아버지' 유진 오닐의 가족사… 작가가 세상 떠난 후 출간된 작품이죠

    "운명이 저렇게 만든 거지, 저 아이 탓은 아닐 거야. 사람은 운명을 거역할 수 없으니까. 운명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손을 써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일들을 하게 만들지."

    '미국 현대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오닐(1888~1953)의 희곡 '밤으로의 긴 여로'는 작가 사후(死後)인 1956년 출간된 작품이에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금도 무대에 올리는, 희곡의 고전 중 고전이에요. 유진 오닐은 다양한 작품에서 문학성을 인정받아 1936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저명한 미국 작가들에게 수여하는 퓰리처상도 네 번이나 받았어요. 많은 평론가는 유진 오닐의 작품들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밝혀내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해요.

    막이 열리면 제임스 타이론과 그의 아내 메리가 먼저 등장해요. 두 사람은 아일랜드계 이민자 출신인데, 남편 제임스는 갖은 고생 끝에 연극배우로 나름 성공한 인물이에요. 하지만 곧 돈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배우 경력은 물론 가족까지 망쳐버려요. 아내 메리는 '천상의 순수함'을 지닌 수녀원 여학생이었지만, 이제는 병색이 완연한 중년 여성이에요. 메리는 아들 에드먼드를 낳고 몸이 쇠약해졌는데, 돌팔이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 모르핀을 과다 투약해 평생 그 늪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어요. 남편 제임스가 제대로 된 의사에게 치료받게 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죠.

    큰아들 제이미는 아버지를 닮아 외모가 수려했지만, 얼굴에 '방탕함의 자취'가 묻어나는 청년이었어요. 그는 명석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고, 술에 의지해 삶을 허비하고 있었어요. 둘째 에드먼드는 몸이 너무 말랐고, 뺨이 움푹 꺼질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어요. 폐결핵 때문이에요. 슬픈 사실은 아버지 제임스가 돈을 지나치게 아낀 나머지 진찰비가 싼 의사에게 아들을 맡겨 감기 진단을 받았다는 거예요. 에드먼드의 병이 깊어진 것도 역시 아버지 제임스의 탓이었죠.

    엄마 메리는 제이미에게 냉소적이에요. 원래 제이미와 에드먼드 사이에 홍역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유진이 있었는데, 먼저 홍역에 걸린 어린 제이미가 유진을 질투해 일부러 홍역을 전염시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1912년 8월 어느 날, 유일한 재산인 별장에 모인 가족은 냉소적인 말로 밤새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요. 서로를 향한 사랑과 연민의 정이 없지 않았지만, 과거가 걷잡을 수 없는 고통으로 이들을 몰아넣었어요. 서로 화해했으면 좋았으련만, 작품은 그대로 끝을 맺고 말아요.

    '밤으로의 긴 여로'는 유진 오닐이 자기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그래서 작가가 이 작품을 쓰면서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화해하려 애썼다는 해석이 있어요.
    기고자 :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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