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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事一言] 가방에 담아온 유머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 상무

    발행일 : 2023.05.09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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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사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다녀왔다. 친구가 있으니 숙박이 공짜다. 숙박비 대신 가방 속에 말린 건어물, 간편식, 라면, 고추장 등 한국 음식을 한가득 넣었다. 수화물 허용 기준치를 겨우 통과한 30kg 가까운 무거운 가방이다.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 가방이 너무 무거우니 택시 기사님이 무게에 움찔하면서 묻는다. "가방에 몰래 남자친구 넣어 왔니?" 뒷좌석에서 한참을 웃었다. 내릴 때 남자 친구 든 가방 잊지 말고 내려달라고 나도 농담을 건넸다. 아저씨가 낑낑대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가방이 조용한데, 네 남자친구 지금 자는 것 같아." 깔깔대며 헤어졌다. 20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갈아타고 오며 찌든 피로가 금세 날아가 버렸다. 유머로 짐의 무게를 날려버리는 그의 여유 덕분에 웃으며 여행을 시작했다.

    유머는 여유에서 나온다. 여유는 이탈리아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순천대학교 여대생 커리어센터 멘토링으로 수년간 순천을 방문했다. 당시 순천역에서 순천대학교까지는 4000원 안팎의 요금이 나왔다. 4100원이나 4200원이 나오면 택시 운전 기사님이 잔돈은 됐으니 4000원만 달라고 하는 거다. 한 분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그랬다.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다. 순천대학교 앞 커피숍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음료 주문이 잘못 들어가 아이스티를 시켰는데 미숫가루가 나왔다. 이런 경우 대부분 "다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고 잘못 만든 음료를 버린다. 사장님께서 이미 만든 거니 두 잔 다 드시라고 한다. "감사합니다" 하고 아이스티도 마시고 미숫가루도 마셨다. 그렇다. 버리지 않고 둘 다 마셔도 되지 않는가? 다른 장소에 가니 속도가 다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효율이다. 도시의 삶도 마찬가지다. 빨리, 정확히, 많이 해야 한다. 내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도 도시가 내 여유를 뺏고야 만다.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속도가 모든 걸 결정하는 도시가 그렇다. 정신 차리고 숨을 돌리지 않는 한 도시가 우리를 바쁘게 몰아치게 만든다. 그래서 부러 숨 돌릴 여유를 찾아야 한다. 아침 출근길에도 정신없이 핸드폰을 보며 걷는 대신에 가로수를 보고 하늘을 보고 자연을 만나면서 숨 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또 모르지 않는가. 이렇게 찾은 여유가 잃어버린 유머감각까지 되찾아올지.
    기고자 :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 상무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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