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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代 국군포로들, 北상대 뒤늦은 승리

    방극렬 기자

    발행일 : 2023.05.09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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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32개월 만에… 1심 "北, 5000만원씩 배상하라" 판결

    6·25전쟁 때 북한에 잡혀가 수십 년간 강제 노역을 하다가 탈북한 국군 포로들이 북한으로부터 5000만원씩 위자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1심 판결을 받았다. 이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32개월 만이다. 그사이 소송을 낸 국군 포로 5명 중 3명이 숨졌다. 생존자와 유족이 재판에서 이겼지만 실제로 북한으로부터 위자료를 받아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심학식 판사는 8일 김성태(91)씨 등 국군 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북한은 김씨 등에게 강제 노동을 시키며 억류한 반국가 단체이며 북한의 이런 행위는 김씨 등에게 고통을 준 불법 행위"라며 "북한은 김씨, 유영복(93)씨와 고(故) 이규일씨 유족에게 위자료 5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국군 포로들이 북한을 상대로 낸 두 번째 소송에 대한 것이다. 김성태씨 등 5명은 2020년 9월 소송을 함께 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 나온 국군 포로는 김씨뿐이었다. 이원삼씨는 2021년 7월(당시 96세), 남소열씨는 같은 해 5월(92세), 이규일씨는 작년 8월(89세) 각각 별세했다. 생존한 유영복(93)씨는 거동이 불편해 법정에 나오지 못했다. 고(故) 이원삼·남소열씨는 유족이 재판을 이어받지 않았고, 고(故) 이규일씨 유족만 재판을 승계해 법정에 출석했다.

    이런 상황은 재판이 32개월간 늘어지면서 생긴 일이다. 김성태씨 등이 소송을 내고 31개월 만에야 첫 재판 날짜가 잡혔다. 앞서 김씨 대리인들은 재판 날짜를 정해 달라는 신청을 다섯 번 냈지만 법원은 답이 없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 김씨 대리인인 구충서 변호사는 "재판 거부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 2월 이 재판을 맡게 된 심학식 판사가 변론 기일을 잡으면서 이날 승소 판결이 나오게 된 것이다.

    김성태씨는 이날 재판을 마친 뒤 기자 회견에서 "나는 죽는 날까지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겠다"면서 "승소한 금액은 모두 나라에 바치려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탈북한 2001년부터 연 5%의 법정 이자도 받을 수 있어 전체 승소 금액은 1억원이 넘는다.

    김씨 등이 승소한 재판은 1심이지만 북한이 항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확정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이 북한에서 돈을 받아내려면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사건에 앞서 2020년 7월 한재복씨 등 다른 국군 포로 2명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한씨 등은 승소 금액을 받기 위해 국내 매체들이 북한 방송 영상 등을 사용하고 지불한 저작권료를 걷어 온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경문협 이사장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그러나 작년 1월 1심 서울동부지법은 한씨 등에게 패소 판결을 했다. "경문협이 공탁한 저작권료는 북한 정부가 아닌 북한 작가 등의 소유"라는 이유였다. 이 소송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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