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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박원순 다큐… 성폭력도 미화

    이태훈 기자 남정미 기자 백수진 기자

    발행일 : 2023.05.09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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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 영상에 측근 인터뷰 싣고"피해자가 먼저 접근한 것" 주장

    성추행으로 피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다큐멘터리가 7월 개봉을 발표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지난 2일 영화 포스터를 공개했고 8일 현재까지 4000여 명이 2억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밝혔다. 영화 제목은 '첫 변론'으로 포스터에는 "세상을 변호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영화는 2021년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전 시장의 측근인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을 비롯한 50여 명을 인터뷰해 쓴 책 '비극의 탄생'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책은 피해자 측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출간 당시에도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다큐 예고편에도 박 전 시장의 측근이 나와 성폭력 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예고편에서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피해자 측의 반복적 성폭력 피해 언급에 대해 "전혀 그런 일 없었다. (피해자는) 오히려 비서실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한다. '비극의 탄생'을 쓴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당사자(박원순)가 사망해서 더 이상 반론을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폭력이라고) 마음대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원순 다큐 영화는 좌파 성향 정치인의 행적을 분식(粉飾)하는 예전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큐 형식을 표방했지만 정치인의 공과(功過)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기보다 불리한 내용은 지우고 자료 영상과 측근 인터뷰만을 편집해 특정 정치인을 미화하는 방식이다.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 전 시장 다큐를 만든다면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 국가인권위 결정도 제대로 조명해야 한다"며 "다큐를 통해 왜곡된 내용이 전파된다면 이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희는 박원순을 믿는다. 여러분도 그러시리라 믿는다. 후원으로 함께해 달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다큐멘터리 '첫 변론'(감독 김대현)을 만든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말로 후원금 모금을 독려하고 있다. 2020년 7월 전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하지만 이 사건을 6개월간 조사한 국가인권위는 피해자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박 전 시장의 아내 강난희씨가 인권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도 지난해 11월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도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등을 주는 성적 언동을 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반성·사죄 대신 '2차 가해'

    하지만 현재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이 다큐는 인권위 조사 결과와 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박 전 시장을 희생양처럼 묘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5일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의 영화 홍보 유튜브 채널에는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박 전 시장이 영상 촬영을 준비하던 중 피해자의 무릎에 '호' 하며 입술을 댔다는 주장에 대해 "피해자가 먼저 '시장님, 저 무릎 다쳤어요, 호 해주세요'라고 했다"고 반박하는 증언이 담겼다. 그러나 실제 인권위 결정문엔 참고인 A씨가 이렇게 진술했으나 "당시 함께 촬영 준비를 했던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했다"고 기록돼 있다.

    불리한 부분은 빼고 측근 한 명의 유리한 증언만 영상으로 만든 것이다. "진실을 밝혀야 합니다" "시장님 같은 인재를 가짜 뉴스에 잃고 말았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문재인입니다' 등 불리한 건 쏙 빼

    10일 개봉하는 다큐 영화 '문재인입니다'에선 파양 논란이 일었던 두 풍산개를 돌려보내는 날, 김정숙 여사는 눈물을 보이고 문 전 대통령은 두 강아지가 갇힌 철창을 어루만진다. 먼저 반납을 요청한 건 문 전 대통령 측인데도, 이 영화는 "파양이 아니다"라는 비서관들의 전화 대응 장면을 그대로 보여줄 뿐, 왜 사람들이 파양이라고 보는지에 대해선 다루지 않는다. "지금까지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했다"고 해 논란이 됐던 문 전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처럼 불리한 건 쏙 뺀다. 관객들은 성찰 없이 찬양 일색인 영화를 혹평한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담은 영화 '그대가 조국'(2022) 역시 감성적인 음악과 영상 편집, 내레이션으로 조 전 장관을 희생자로 포장했다. 영화 개봉에 넉 달쯤 앞서 그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 비리(7대 허위 스펙) 등에 대해 대법원에서 징역 4년 선고가 확정된 것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는 없다. 앞서 다큐 '노무현입니다'(2017) 역시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미화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씨는 저서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에서 "권력자들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우리는 떳떳하다'는 보상 심리를 낳고,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거둔다"고 했다.

    ◇자기편은 미화, 상대는 악마화

    진영 논리에 매몰된 다큐 영화들은 자기편을 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데도 열을 올린다. '친일인명사전'을 만든 민족문제연구소가 2012년 말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공격하려 만든 다큐 '백년전쟁'은 영상 미디어를 '문화 전쟁'의 공격 무기처럼 악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악질 친일파' '부도덕한 플레이보이'로 깎아내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스네이크(Snake) 박' 같은 원색적 표현으로 비난하며 경제성장의 공(功)조차 부정해 역사 왜곡 논란을 빚었다.

    드라마에서도 '진보는 선(善), 보수는 악(惡)'이라는 구도는 교묘히 포장돼 여전히 등장한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퀸 메이커'에서 주인공 오경숙(문소리) 변호사는 인권 변호사 시절의 박원순과 노동 운동가였던 노회찬을 연상시킨다. 주인공은 동지의 횡령 잘못까지 감싸 안지만, 상대 보수 정당 후보의 피부과 거액 진료 의혹은 사실로 밝혀진다. 우리 편을 미화하고 상대방은 악마화하는 전형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남정미 기자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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