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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포퓰러한 리더만이 포퓰리즘에 포획되지 않는다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발행일 : 2023.05.05 / 여론/독자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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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엔 양곡법이고 이젠 간호법이다. 지난 3월 23일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양곡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좌초됐다. 간호법은 지난달 27일 역시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고 정부 여당은 다시 한번 거부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의도연구원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니 시간이 많지 않다.

    이 두 법은 그 대상과 성격이 전혀 다르지만 정치적 흐름은 유사한 점이 많다. 민주당은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약자 보호를 내세웠고 정부 여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막아섰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간호사 같은 수혜자들은 야당 편에 서서 법안에 힘을 실었고 농업계나 의료계의 다른 전문가 집단은 대체로 반대편에 섰다.

    이런 경우 수혜자 쪽은 그 이익이 워낙에 명확하기 때문에 조직력과 단결력이 강하다. 반면에 부담은 불특정 다수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반대 여론이 결집하긴 쉽지 않다. 이해관계가 바로 다가오지 않는 국민들, 즉 여론이 균형추 노릇을 하게 마련이다.

    애초에 양곡법의 경우 그 정합성과 별개로 정치적 계산상 여야는 서로 해볼 만한 싸움이라 여겼다. 야당 입장에선 총선까지 내다보고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는 동시에 정부 여당과 농심의 거리를 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봤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의 정당한 입법권 거부'라는 프레임을 씌울 수도 있다고 계산했다. 반면 여당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도 반대했던 법안을 추진하는 야당의 이중성과 포퓰리즘을 폭로할 수 있는 계기로 봤다. 야당이 밀어붙일 경우 물가 상승과 재정 악화에 민감한 여론이 입법 독주 프레임 쪽으로 역결집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었다.

    그런데 법안 처리-거부권 행사 이후 여론은 야당의 계산대로 흘러갔다. 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압도했다. 그래도 농민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60, 70대에서 정부 여당의 손을 들어준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직종별로는 사무관리직, 연령대로는 40, 50대에선 정반대였다. 이해관계와는 동떨어진 결과다. 결국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부권 행사를 지지했고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양곡법을 지지했다는 이야기다.

    부침이 있긴 하지만 여야 지지율은 비등비등하다. 여당 야당 다 싫다는 무당층이 더 많은 여론조사도 있을 정도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최근 돈 봉투 논란에 대한 여론조사는 양곡법에 대한 그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만 민주당을 믿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로 반대편에 선다. 정부 여당의 믿을 구석도 이런 구조다.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의 전선은 해볼 만하고 '이재명이 옳으냐 그르냐'의 전선은 유리하다. 그런데 '윤석열을 지지하느냐'의 전선은 정부 여당에 불리하다.

    그러니까 야당은 특정 정책에 대한 논쟁과 찬반을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으로 치환시키고 있다. 잘 먹혀든다. 여당도 그 전선을 야당 대표와 연결시키려 해보지만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쯤이 아닌 다음에야 어렵다.

    간호법은 다를까? 방송법이나 노란봉투법은 좀 다를 것 같기도 한데 간호법은 양곡법과 비슷할 것 같다. 여권이 정치적 싸움이 아니라 전문성과 논리 싸움으로 이끌어갈 능력을 보일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역의 '실력 행사'에 기대기라도 한다면 정말 좋지 않은 흐름이 나타날 것이다. 결국 정부 여당의 정책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지지율 제고가 급선무다.

    OECD 가입 이야기가 나오던 1990년대부터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국내 대부분의 전문가는 담뱃값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국민 건강 증진, 의료 비용 절감, 세수 확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천하의 YS도, DJ도 반발이 무서워 대선 끝나고 300원, 총선 끝나고 200원 하는 식으로 눈치 보면서 찔끔 인상하는 데 그쳤다. 오직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 3년 차에 들어가는 시점에 무려 2000원을 한꺼번에 올렸다.(그 이후 아직까지 담뱃값은 변동이 없다) 가장 강력한 저항 세력인 고령 남성층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반대로 대통령 인기가 떨어지면 선거 때마다 어딘가에 공항이 하나씩 더 생긴다. 다음 총선 직전에 또 다른 신공항 발표가 추가될지 모르겠다.

    오직 포퓰러(Popular)한 리더만이 포퓰리즘에 포획되지 않는 법이다.
    기고자 : 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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