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一事一言] 자주, 오래 보자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발행일 : 2023.05.05 / 문화 A18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계속되는 패턴을 모두 어지르는 네 목소리를 기다려." 여성 래퍼 겸 R&B 가수 제이클레프(Jclef·본명 허영진)의 신곡 '조니스 소파(Jonny's sofa)'의 가사 첫 부분이다. 그가 4년의 공백을 깨고 정규 앨범을 내기 앞서 이 곡을 비롯해 총 여섯 곡이 담긴 소품 '오, 프룬드(O, Prun-ed)!'를 공개했다.

    영어 프룬드는 '가지치기하다' 혹은 '술에 취하다'라는 뜻이다. 앨범 이름대로 형식을 어지르고 규칙을 무너트리는 악상을 담았다. 내용을 보면, 세상으로부터 단절되고 상처받은 채 부유(浮游)하며 느긋한 행복에 취했던 기록이다. 지난 3년여 긴 코로나 기간의 '격리'와 '단절'이 우리 모두에게 이런 느낌을 줬는지도 모르겠다.

    코로나는 끝났지만, 나 역시 여전히 단절되어 있다. 외출이 확연히 줄었다. 겨우 집 앞 헬스장에 운동 가는 찰나의 시간이 유일한 바깥 구경일 때가 많다. 10분만 걸으면 도심 속 공원과 한강 둔치가 펼쳐진 동네에 살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사실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많지 않다. 매일 발매되는 새 음악 챙겨 듣고 정리해야 하고, 쏟아지는 영화와 각종 영상물을 틀어놓고, 공부를 위해 책을 읽고, 이메일과 뉴스 구독 앱으로 들어오는 세상사를 정리하다 보면 금세 하루가 끝난다. 회의, 강의, 전시회, 영화, 공연 있는 날만 외출한다. 경로를 미리 정해 약속을 몰아 잡고 움직인 지 오래됐다. 코로나 시절에 익숙해진 습관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유폐된 삶의 습관에서 서서히 벗어날 때다. 미국 시사 잡지 디 애틀랜틱의 칼럼니스트 아서 브룩스의 조언이 기억난다. 그는 "행복은 의식적인 열정과 적극성, 타인과 잦은 어울림으로부터 온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 기간에도 우리를 버티게 한 것은 결국 소소한 일상과 아무런 걱정 없는 만남과 휴식, 사람들과 편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눈 대화들이지 않았나. '조니스 소파' 가사를 다시 들어보니 '너와 함께'를 반복하는 부분들이 나온다. 다만 친구인 것만으로도 좋다. 자주, 오래 보자.
    기고자 :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2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