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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번꼴 출동… 한강 지키며 울고 웃는다

    최종석 기자

    발행일 : 2023.05.05 / 사회 A12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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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매일이 삶과 죽음의 현장… 한강경찰대 동행해보니

    "서강대교 북단, 서강대교 북단 난간에 사람이 올라갔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수시로 울리는 무전기 소리에 98㎡(약 30평) 크기의 치안센터는 시장통 같았다. 신고가 들어오자 대원들은 순식간에 8인승 고속 순찰정에 올라탔다. 3인 1조로 한 명은 키를 잡고 한 명은 무전기로 경찰·소방과 교신하며 상황을 파악했다. 나머지 한 명은 카메라가 달린 헬멧을 쓰고 잠수복을 입었다. 순찰정은 시속 50㎞ 전속력으로 물살을 가르며 3분 만에 서강대교 아래에 도착했다. "제발 살아만 있어라…." 잠수복을 입고 선두(船頭)에 선 대원이 다리와 강을 살피며 말했다.

    이들은 한강에서 투신자나 실종자를 구하는 일을 하는 한강경찰대다. 경찰대장(경정) 등 39명이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42㎞를 지킨다. 신고가 들어오면 365일 언제나 출동한다. 이날 한강경찰대는 서강대교에 이어 마포대교와 원효대교에서도 시민을 구해냈다.

    한강에 뛰어내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한강경찰대가 지난해 출동한 횟수는 총 3647번으로 하루 평균 10번꼴이다. 실종자를 구해내면 모든 대원이 다 같이 환호성을 지른다. 이들이 구해낸 사람은 지난해 44명으로, 8일에 한 명꼴이다. 코로나 전에는 80명이 넘었다. 경찰특공대 출신인 정진열(53) 대원은 "한강경찰이 위험하고 힘들지만 사람 구하는 보람에 일선 경찰서로 갔다가도 다시 자원해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신을 수습하는 일은 만만찮다. 이들은 지난해 시신 112구를 수습했다. 해병대 수색대 출신인 김봉석(43) 대원은 "하루에 시신 3~4구를 수습한 날도 있다"고 했다. 정진열 대원은 "변사체를 끌어올릴 때면 우리도 인간이라 하루 종일 기분이 울적하다"며 "그래도 정신없이 울리는 무전에 뛰어다니다 보면 금방 잊는다"고 했다.

    사람은 물에 빠지면 보통은 강바닥에 가라앉았다가 서너 달 뒤 머리부터 떠오른다고 한다. 윤희조(39) 대원은 "그래서 한강 위에 둥둥 뜬 검은 봉지만 봐도 가슴이 덜컥한다"고 했다.

    "작년에 요트를 타다가 물에 빠진 아들을 찾으려고 매일 강가에 나온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한 번만 더 찾아봐 달라'고 애원하셨죠. 제 아들 또래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찾았는데 끝내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아버지가 '고맙다'고 손을 잡는데 그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정진열 대원)

    "광진교에서 한 모녀(母女)가 너무 먹고살기 힘들다면서 함께 뛰어내린 적이 있어요. 딸만 겨우 구했습니다. 그 딸이 '나만 살았다'고 울부짖는데 저도 가슴이 메었습니다."(윤희조 대원)

    매일 삶과 죽음을 목격하는 대원들은 저마다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 특공대, 해병대 출신인 이들도 그날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문민선(41) 대원은 "자식 잃은 부모들은 모두 '다 내 잘못이다'라고 하면서 후회한다"며 "그럴 땐 집에 가서 꼭 어린 딸을 안아준다"고 했다. 김봉석 대원은 "너무 힘든 분들은 '왜 날 구했느냐'고 붙잡고 항의도 한다"며 "우리도 그분들 심정을 알기에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돈이나 우울증, 애정 문제로 많이 뛰어내린다고 한다. 밤에는 술 먹고 수영하다 빠진 사람도 많다. 투신하려고 지방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대원들은 요즘 투신하는 사람의 연령대가 자꾸 낮아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정진열 대원은 "영화를 보고 따라 뛰어내리는 학생, 자살 '생방'을 찍다가 물에 빠진 유튜버도 있다"고 했다. 윤희조 대원은 "최근에 학교에서 담배 피우다 걸렸다고 뛰어내린 고등학생을 구한 적이 있다"며 "'절대 목숨은 버리면 안 돼' 하며 꼭 안아줬다"고 말했다.

    신창훈 대장은 "많은 사람이 몇 번씩 다리에 올라 주저주저하다가 뛰어내린다"며 "세상에는 참 힘든 분이 많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고 했다.

    시민들에게 한강은 바다같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대원들에게 한강은 두려운 곳이다. 진흙과 부유물이 많아 물속에서 가시거리가 3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실종자를 찾으려 '수색 줄'을 매달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손으로 강바닥을 더듬으며 수색한다.

    대원들이 제일 무서운 것은 그물과 낚싯줄. 문민선 대원은 "물속에서 잘 보이지 않으니 엉키면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했다. 한강은 밀물과 썰물이 있어 강물의 흐름이나 깊이, 속도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한 대원이 실종자를 찾다가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순직하기도 했다.

    이후 2인 1조 근무조가 3인 1조로 바뀌었지만 근무 환경은 3조 2교대 등으로 여전히 열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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