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120년 금단의 땅, 시민 품으로… "외국에 온 것 같아"

    최경운 기자 안준현 기자

    발행일 : 2023.05.05 / 종합 A2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용산 어린이정원
    개방 첫날 표정

    서울 용산의 '용산어린이정원'이 4일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1904년 일본군이 주둔해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지 120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건희 여사와 함께 어린이정원 개방 행사에 참석했다. 개방 첫날 어린이정원을 찾은 시민들은 "봉인됐던 비밀을 꺼내보는 설렘이 느껴진다"고 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날 어린이 대표 4명과 손을 잡고 출입구인 '14번 게이트'를 통해 어린이정원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 부부와 어린이들은 함께 공원을 둘러봤고, 윤 대통령이 작년 분양받은 은퇴 안내견 '새롬이'도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용산 기지는 20세기 초 일본이 강제 수용한 뒤에 120년 동안 외국군의 주둔지였고, 우리 국민이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며 "20년 전 한미가 기지 이전을 합의했지만, (기지) 반환 속도가 매우 더뎠는데 작년 5월 대통령실이 이전하면서 반환 속도가 빨라졌고, 여러분의 노고로 잘 준비해서 어린이를 위한 정원으로 재탄생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 내 논의 과정에서 용산 공원을 어린이정원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어린이정원을 찾은 450여 시민은 정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즐겼다. 이날 오후 2시 어린이정원의 작은 도서관 '용산서가' 앞에서는 김유건(12)군이 붉은색 지붕의 건물과 영어로 된 표지판을 보고 있었다. 김군은 "미군 기지였다고 해서 무서운 곳인 줄 알았는데 멋진 건물이 많은 것 같다"며 "역사 속에서 이곳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 알고 싶어 찾았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어린이공원을 방문한 최영근(63)씨는 "이태원에서 나고 자라 미군 부대 존재를 알고는 있었는데 이렇게 멋진 공원으로 개방되어 기쁘다"며 "봉인됐던 비밀들을 꺼내보는 설렘이 느껴진다"고 했다.

    김태흥(40)씨는 어린이날 연휴를 앞두고 딸 김하윤(12)양과 어린이공원을 찾았다. 정원 내 기록관 '수하우스'를 구경하던 김씨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 현지의 가정집과 공원에 와 있는 것 같다"며 "정원이 넓어 걷기도 쾌적하고 좋은 것 같아 추억을 많이 남기고 갈 것"이라고 했다. '수하우스'는 1967년부터 3년간 용산 미군 기지에 살았던 수 코스너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당시 미군 가족의 집을 재현한 곳이다.

    8개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곳을 찾은 유건웅(38)씨는 "미국의 센트럴파크에 놀러온 기분"이라며 "아들이 크면 이곳에서 캐치볼도 즐기고 싶다"고 했다. 가족 3대(代)가 함께 방문한 경우도 있었다. 동작구 흑석동에서 온 최경희(66)씨는 "딸과 손주와 함께 왔다"며 "어린이정원에서 하는 스탬프 투어를 손주와 하고 있는데 다 찍으면 어떤 선물을 받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은 특히 대통령실 집무실이 바로 보이는 전망 언덕에 몰렸다. 이들은 대통령실을 배경으로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윤 대통령 부부의 기념 식수를 촬영했다. 아들 부부가 예약을 해줘 방문했다는 김점례(79)씨는 "탁 트인 곳에 오니 마음도 가뿐해지는 느낌"이라며 "국민들도 한 번씩 이곳을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공원에 미군 기지로 사용될 당시 쌓인 오염 물질이 누출됐다며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공원 내 개방 예정 구역에 15㎝ 이상 흙을 쌓고 그 위에 잔디를 심거나 매트·자갈을 덮는 방식으로 방문객들이 원천적으로 기존 토양과 접촉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작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공원 내 공기 질을 측정해 유해성을 검증했다. 실내 5곳과 실외 6곳에서 다이옥신·벤젠 등 13종류의 유해 물질 농도를 측정해 환경 기준치 또는 주변 다른 지역과 비교했다. 그 결과 실외에서 다이옥신은 대기 환경 기준치의 300분의 1 수준, 벤젠은 10분의 3 수준, 납은 20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미군 기지 땅을 개방하는 곳은 안전한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는다"고 했다.

    현재 미군 용산 기지는 총 234만㎡(약 70만평) 중 76만4000㎡(약 23만평)가 반환됐다. 정부는 용산공원조성특별법에 따라 추가로 반환될 부지를 활용해 약 300만㎡(약 90만평) 규모의 용산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기고자 : 최경운 기자 안준현 기자
    본문자수 : 210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