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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었을까

    김성신 출판평론가

    발행일 : 2023.05.04 / 특집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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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 속 마녀는 원래 나빴을까? 역사 알면 몰랐던 이야기 보이죠

    ◆박신영 지음 | 출판사 바틀비 | 가격 1만9800원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이 책은 우리가 어릴 때 즐겨 읽었던 동화 같은 이야기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알려줘요. 문학과 역사를 무엇보다 사랑한다는 박신영 작가는 '그리스 신화'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바보 이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등 널리 알려진 이야기 27편을 골라, 그 속에 숨겨진 역사를 들려줘요. 재미와 교훈이 있지만, 단편적이었던 이야기들을 한데 꿰어 세계사 흐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들었지요.

    이 책은 동화 속 시기와 공간에 대한 역사적 사실만 이어붙여 나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요.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는 부분이에요. 주인공만이 아니라, 조연이나 악역으로 등장한 이들의 시각에서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거예요. 물론 역사적 사실의 범위 안에서요.

    가령 '헨젤과 그레텔'에 등장하는 마녀 할머니를 두고 저자는 '마녀는 독신 여성 기술자여서 제빵사 길드에 가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도시를 나와 숲속에서 빵을 구운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의문을 품어요. 역사적 사실을 동화 속 상황에 대입해보죠. 당시 도시 제빵사가 밀가루 양을 속이거나 빵 값을 비싸게 받는 등 문제를 일으키면 시 정부는 도시 밖 시골 제빵사를 불러 임시로 가게를 열게 했어요. 그러곤 '헨젤과 그레텔' 속 마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펼칩니다. '혹시 숲속 빵집 할머니는 정직하게 빵을 구워 싼값에 팔았기에 길드의 반감을 산 것이 아닐까? 그래서 도시 제빵사들에게 마녀로 몰려 제거당한 것은 아닐까?' 하고요. 이 책은 동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마녀'를 실제 역사와 엮어 설명함으로써 중세 서구에서 벌어진 여성 차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요.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마녀 이야기도 흥미로워요. 이 마녀들은 따돌림을 당해 보복으로 저주를 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네요. 저자는 16세기 무렵 유럽의 농촌 공동체를 파괴한 '인클로저(enclosure·공동으로 사용하던 토지에 장원 영주나 부유한 농민이 울타리 등을 둘러 사유지로 삼은 일)'를 원인으로 지목해요. 삶의 터전이던 숲을 빼앗긴 여성들이 이에 저항하다 마녀로 몰린 가슴 아픈 정황을 저자는 상세하게 들려줍니다.

    시대를 앞에서 이끌고 나간 주류의 이야기 외에, 뒤에서 밀며 받쳐나간 비주류에게도 역사가 있었음을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들이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요. 아는 만큼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말이에요.
    기고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6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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