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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정점 임박하자… 각국 중앙은행 '각자도생'

    김기훈 기자

    발행일 : 2023.05.02 / 경제 B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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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금리 인상·인하 제각각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주도한 금리 인상 레이스에 동참하며 한몸처럼 움직였던 주요 국 중앙은행들이 올 들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숨 가빴던 금리 인상을 마무리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반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여전한 고물가를 잡기 위해 광폭의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코로나 봉쇄 정책과 미·중 갈등으로 경기가 침체하자 통화 완화 정책을 쓰며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각자도생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은 '베이비 스텝'

    연준은 40년 만에 최악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아홉 번 연속 금리를 올렸다. 지난해 6~11월에는 네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파격적인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후 연준의 보폭은 작년 12월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올해 2월과 3월에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으로 줄었다.

    파월 의장은 3일(현지 시각) FOMC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한번 더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뉴욕 월가에서는 파월의 금리 인상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끝나고, 하반기에는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한다고 해서 통화 긴축 정책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연준이 지난 2년간 대거 사들인 국채와 주택담보대출 채권 등 보유 자산을 시장에 계속 내다파는 방식으로 시중 자금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매달 475억달러어치씩 매각해 오다, 3개월 뒤부터는 매각 규모를 2배로 늘렸다.

    ◇유럽은 '빅 스텝'

    ECB는 지난해 7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감행했다. 이어 9월과 10월 잇따라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데 이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3회 연속 빅 스텝을 밟으면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끌어올렸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 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했지만, 지난 2월 유럽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8.5%로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오랫동안 지나치게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돼,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로 제때 복귀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며 "금융 시스템 불확실성이 줄어들었을 때 물가상승 기조가 유지된다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CB는 향후 물가 안정에 우선점을 두고 금리 인상과 보유 자산 축소라는 카드를 동시에 쓸 가능성이 높다. ECB는 지난 3월부터 6월 말까지 보유 채권의 만기가 끝나면 재매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월평균 150억 유로씩 보유 자산을 축소해 나가고 있다. ECB가 지난 수년간 양적 완화를 위해 사들인 자산 규모는 8조5000억 유로(1경2556조원)에 달한다.

    ◇중국은 '백 스텝'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유럽과 달리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두고 통화 완화 정책을 쓰고 있다. 이강 인민은행 총재는 정책금리인 1년물 및 5년물의 대출우대금리(LPR)를 각각 연 3.65%와 4.30% 수준에서 8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대신 지난해 4월과 12월, 지난 3월에 금융회사의 지급준비율을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하는 방식으로 11.50%에서 10.75%로 끌어내렸다. 돈을 더 풀어 실물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이 총재는 "온건한 통화정책을 정확하고 힘 있게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앞으로도 통화 완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0% 안팎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춰가며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 '사이드 스텝'

    한국은행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동결, 기준금리를 연 3.5%로 묶어 놓았다. 수출 감소 등 경기 부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한국은행의 정책 방향에 대해 "더 이상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으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내리는 바람에 한은의 긴축 정책 효과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그래픽] 미국 기준금리 / 한국 기준금리 / 유럽연합 기준금리 / 중국 은행 지급준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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