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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인고하며 자란 봄의 전령 '대저 토마토'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발행일 : 2023.05.02 / 경제 B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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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농장 김승배 대표

    "아따 밤새 마이 자랐네. 우째 이래 빛깔이 곱노."

    부산광역시 강서구 대저 2동에는 토마토에 말을 거는 남자가 있다. 겨울은 아침 8시, 해 뜨는 시간이 앞당겨진 요즘 같은 때는 아침 7시 토마토 농장으로 출근한다. 한 바퀴 가볍게 돌고 난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토마토의 상태를 확인한다. 키움농장의 김승배(64) 대표가 40년간 해온 일이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소금기 있는 땅이 준 선물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에 있는 부산 대저 지역은 연평균 15°C, 겨울철 5°C 내외로 온화하다. 바다와 인접하고 일조량이 많아서 겨울에도 토마토를 잘 키울 수 있다. 대저의 땅은 염분을 머금고 있다. 그 기운이 토마토에 전달돼 새콤하면서 짭짤한 맛의 대저 토마토가 된다. 그중에서도 당도 8브릭스 이상에 지름 62mm 이하 조건을 만족하면 '짭짤이 토마토'로 분류된다. 일품의 '단짠' 맛이 난다.

    대저 토마토는 2012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됐다. 대저 지역, 정확히 대저 1·2동 밖에서 지은 토마토는 '대저 토마토'라는 상표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대저 토마토 재배 과정이 궁금합니다.

    "총 9개월이 걸립니다. 작기가 매우 긴 편에 속하죠. 8월 하순 토마토 씨앗을 파종합니다. 한 45일 정도 싹을 키워서, 9월 말이나 10월 초 비닐하우스 시설이 된 밭에 옮겨 심죠. 이후 벌을 통해 자연수정하고요. 인공 수분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겨우내 난방을 하면서 키우면, 1월 말부터 토마토가 익기 시작합니다. 보통 2월 수확을 시작해 3~5월 집중적으로 출하합니다. 나무 하나마다 20개 정도의 먹을 만한 토마토가 열립니다. 귀한 녀석이죠."

    ―대저 토마토가 크는 데 땅 외에 필요한 조건이 뭔가요.

    "온도, 햇빛, 물. 세 가지입니다. 대저동이 위치한 김해평야는 최적의 토마토 재배지에요. 산이 없는 벌판이라 해가 뜨면 질 때까지 그늘진 곳 하나 안 생기고 쨍쨍하죠. 온도도 중요한데요. 겨울철 야간에도 9°C~10°C를 유지해야 합니다. 난방기 가동이 필요하죠."

    ―일조량과 기온이 중요하다면 여름에 키우는 게 좋지 않나요.

    "맞아요. 여름엔 열매 맺는 데 45일이면 충분한데, 겨울엔 일조량이 부족해서 100일~120일까지 걸리죠. 그럼에도 겨울 재배를 고집하는 건 오로지 맛 때문입니다. 강수량이 많은 여름철엔 땅의 염도가 낮은데다, 열매가 너무 빨리 자랍니다. 결국 열매가 염분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제 맛이 나지 않습니다. 조그마한 덩치에 풍미가 압축된 대저 토마토의 매력이 없는 겁니다. 겨울 추위를 인고하며 자란 봄의 전령일 수밖에 없죠."

    ◇삼겹살과 같이 구우면 기막힌 맛

    농가들이 수확한 대저 토마토는 대저농협산지유통센터로 모인다. 입고장에서 잠시 대기했다가 선별 기기에 차례대로 투입된다. 자동화 선별 기기가 알아서 크기와 당도를 파악해 분류한다. 사람 손은 포장할 때만 쓴다. 그렇게 포장을 마친 토마토는 전국 대형마트 물류센터로 이동한다.

    ―대저 토마토 맛있게 먹는 법 좀 알려주세요.

    "칼을 대지 않고 입으로 베어 먹는 걸 추천합니다. 삼겹살 먹을 때 같이 구워도 기가 막힙니다. 새콤하면서 달콤한 맛이 올라오면서 고기의 잡내를 깔끔하게 잡아줍니다."

    ―싱싱한 토마토 고르는 방법도요.

    "모양이 둥그스름하게 잘생겼고 녹색과 붉은빛이 모두 진한 걸 고르세요. 완전히 푸른 것보단 약간 익은 것을 추천합니다. 수확 후 일주일쯤 후숙한 게 가장 맛이 좋습니다. 댁에선 냉장 대신 실온 보관을 추천합니다. 경도가 높아서 실온에 둬도 15일까지는 끄떡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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