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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일의 기쁨과 슬픔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발행일 : 2023.05.01 / 특집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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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엔 IT 회사 직원, 밤엔 소설가로
    직장에서 반짝이는 순간 담아냈죠

    ◆장류진 지음|출판사 창비|가격 1만4000원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에요.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죠. 근로자의 날은 일의 가치와 일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되돌아보는 날입니다. 이런 날 직장 생활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소설을 읽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요?

    이 책에는 한국 직장인들의 일상, 크고 작은 '일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여덟 편의 소설이 담겨 있어요. 각 소설은 동료와 관계, 사무실 안에서의 정치, 개인적인 성장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뤄요.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과 그럼에도 느끼는 성취감, 소소하게 반짝이는 순간을 엿볼 수 있어요.

    이 책은 기존 한국 문학 작품들과는 결이 살짝 달라요. 이 책 이전에는 화자의 사회적 저항 같은 거대 서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대부분이었어요. 이 책을 기점으로 개인의 미시사(微視史)에 주목해 현실 그대로를 소설화하는 '하이퍼 리얼리즘(Hyper-Realism·극사실주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등장해요.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의 주인공은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영웅이 아니에요. 그저 시스템을 통과하는 대중 가운데 한 명일 뿐이죠. 이 책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우리 중 한 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일, 직장 생활,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 시스템 같은 더 넓은 구조와 힘을 조명해요.

    소설 속 세계는 '주는 만큼 돌려받는 곳.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에누리 없이 계산되는 곳'으로 그려져요. '합리적인 인간을 상정하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삼아 작동하는' 한국식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아요. 현실 세계에서도, 이 책 속 세계에서도 우리는 다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각자 자리에서 오늘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해요.

    책 속 '작가의 말'에 따르면 여기 실린 소설들은 모두 작가가 회사에 다니는 동안 발표했어요. 작가는 이 소설들을 쓸 때 판교에 있는 IT 회사에 다녔다고 해요. 그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소설을 읽고 쓰면서 위로를 받았고, 반대로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소설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시간을 들인 만큼은 물리적인 결과물이 나오는 회사 일에서 위안을 얻곤 했다"고 해요. 낮에는 IT 회사 직원으로, 밤에는 소설가로 글을 쓴 작가의 일에 대한 태도를 눈여겨보면 좋을 거예요.

    정이현 소설가는 '한국 자본주의 사회와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이 소설집을 추천했어요. 근로자의 날에 일의 본질에 대해 되새기며 읽기 좋은 책이에요.
    기고자 : 김미향 출판평론가·에세이스트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3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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