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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글로벌 문화현장] '골드베르크 변주곡' 공연 가보니

    빈=김기철 전문기자

    발행일 : 2023.05.01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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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국립발레단 이끈 윤홍천·강효정… 까다로운 유럽 관객도 박수

    세계 정상급 빈 국립발레단 무대에 한국 예술가 두 명이 나란히 섰다. 피아니스트 윤홍천(41)과 빈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강효정(38). 지난 27일(현지 시각) 개막한 빈 국립발레단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다. 한국 피아니스트가 빈 국립발레단 연주를 혼자 맡아 연주한 것은 처음이다.

    개막 하루 전인 26일 오전 최종 공개 리허설을 찾았다. 2100석(입석 435석 포함) 규모 빈 국립오페라 극장은 가득 찼다.

    윤홍천이 먼저 등장했다. 오케스트라 피트 왼쪽에 자리 잡은 그가 아리아 첫 소절을 누르자, 유백색 흐릿한 무대에 선 무용수 수십명이 하나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남녀 무용수 모두 가슴까지 올라오는 흑, 백 의상으로 통일성을 갖춰 정갈한 느낌을 줬다. 이어 변주가 시작되면서 적(赤), 황(黃), 홍(紅), 녹(綠), 자(紫)색 옷을 차례로 바꿔 입은 무용수들은 솔로와 파 드 되(pas de deux ·2인무), 군무로 변화무쌍한 선율을 담아냈다.

    강효정은 5번째 변주곡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노란 의상을 입은 그는 경쾌한 선율에 맞춰 나비처럼 무대 위를 날아다녔다. 남자 파트너가 있었지만 사실상 솔로 무대였다. 19번째 변주곡에서 같은 의상을 입은 강효정은 남자 무용수 2명과 함께 췄고, 20번째 변주곡은 파 드 되였다. 청춘의 발랄함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주인공이었다.

    바흐가 1741년 출판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한 개의 아리아와 이 선율을 변주(變奏)한 30개의 짧은 곡을 모은 작품. 글렌 굴드, 언드라시 시프, 랑랑까지 이름난 피아니스트들이 녹음에 도전한 고전이자 음악 애호가들이 손꼽는 명곡이다.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안무, 연출한 제롬 로빈스가 1971년 뉴욕 시티발레단을 위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안무한 이래, 여러 무용가들이 이 음악에 도전했다.

    스위스 바젤 발레단과 취리히 발레단을 정상으로 키워낸 안무가 하인츠 슈푀를리(83)는 1993년 뒤셀도르프 발레단을 위해 만든 이 작품을 30년 만에 빈 국립발레단 맞춤용으로 손질했다. 슈푀를리는 바흐를 학구적으로 파고들기보다 감성적으로 접근했다. 청춘과 노년의 만남과 이별, 분노와 두려움, 사람들의 관계를 무용수들의 몸짓에 담아냈다. 280년 전 바흐 음악과 어울린 무용수의 아름다운 동작은 80분짜리 명품 예술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오스트리아 대표적 일간지 비너 차이퉁은 '강효정의 능숙함은 아무도 뛰어넘을 수없다'고 호평했고, 또다른 일간지 '데어 슈탄다르트'는 '윤홍천의 피아노 연주는 충분히 박수 갈채를 받을 만했다'고 썼다.

    공연 전 만난 강효정은 "슈푀를리 안무가가 두 달 넘게 연습을 지도하며 일일이 손봤다"고 말했다. 강효정은 마틴 슐래퍼(Schl?pfer) 빈 국립발레단장이 콕 찍어 스카우트한 무용수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그는 슐래퍼 단장의 제안을 받고 17년간 몸담은 발레단을 떠나 2021년 9월 빈으로 옮겼다. "무용의 영역을 넓혔으면 하는 생각"에서라고 했다. 이적 직후인 2021년 12월 존 크랭코 작 '오네긴'에 주인공 타티아나로 나서 입맛 까다로운 빈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올 시즌 슐래퍼 단장의 신작 '잠자는 숲속의 공주' 주역 오로라 공주로 나섰고 지난주에도 슐래퍼 단장이 안무한 브람스 '독일 레퀴엠'에 주역으로 출연하면서 이 발레단을 대표하는 무용수로 자리잡았다.

    윤홍천은 2013년부터 독일 음반사 웸스(Oehms)에서 낸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으로 영국 클래식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이름을 올리는 등 주목을 받아왔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윤홍천은 "빈 국립발레단에서 1년 전 출연 의사를 타진해왔고 안무가 슈푀를리가 흔쾌히 동의하면서 연주를 맡았다"고 했다. 그는 "피아니스트에게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너무 엄청난 작품인데 무용수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연주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빈 관객들로부터 열띤 박수를 받을 만큼 수준급 연주를 보여줬다. 윤홍천은 이달 8번 더 빈 국립발레단과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고 강효정은 이 중 절반쯤 무대에 선다.
    기고자 : 빈=김기철 전문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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