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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넘어 뮤지컬로… 근정전에 다시 선 '세종'

    이태훈 기자

    발행일 : 2023.05.01 / 문화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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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 근정전서 '세종, 1446' 공연

    "나의 뜻을 보여주겠다, 나의 길을. 나의 길!"

    29일 저녁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뮤지컬 '세종, 1446' 공연. 무대 위 금실 수를 놓은 붉은 곤룡포 차림의 '세종'(재위 1418~1450) 역 배우가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노래했다. 80여 배우들의 춤과 노래, 극의 진행에 따라 근정전의 전면이 색색 조명에 물들었다.

    국보 근정전은 현존하는 국내 최대 목조건축물 중 하나. 조선 왕조에선 왕에게 신년 하례를 하고 사신을 맞이하는 등 국가 주요 행사가 열린 곳이다. 그간 약식 음악극 공연이나 방탄소년단의 미 토크쇼 공연 등이 있었지만, 근정전 앞마당에서 야간 뮤지컬 전막 공연을 한 것은 1954년 경복궁 개방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드문드문 보슬비가 내려 더 쌀쌀했던 저녁, 왕이 걷던 어도(御道) 양편 간이 좌석 700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패딩이나 목도리로 추위를 달래며 찬 손을 호호 불면서도 자리를 뜰 줄 몰랐다. 근정전 월대(月臺) 위에는 무대용 어좌(御座·임금의 의자)가 놓였고, 그 아래엔 너비 11m, 폭 8m의 임시 무대가 바닥 돌 훼손이 없도록 세심하게 설치됐다. 근정전을 배경으로 갖게 된 뮤지컬 무대는 600년의 세월을 건너 세종의 치세를 현재에 다시 불러내는 듯했다. 백스테이지가 없어 배우들은 좌우 회랑과 중앙 어도를 통해 등장·퇴장했는데, 이 때문에 무대 위 왕과 신하들이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보였다.

    뮤지컬 제작사 HJ컬쳐 한승원 대표는 "근정전이 뒤편에 있는 것만으로 어떤 무대 장치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압도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많이 띄어 더 보람 있었다"고 했다. 이 뮤지컬은 지난 19일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지난 29일부터 2일까지 나흘간 4회 공연 2800석이 전석 매진됐다.

    뮤지컬 공연은 오는 7일까지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해 열고 있는 '2023 봄 궁중문화축전' 프로그램 중 하나. 근정전에선 오는 16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패션쇼'도 열린다. 근정전 앞마당을 중심으로 좌우 행각(行閣) 회랑 등을 런웨이로 활용한다. 구찌는 이전에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 궁전 등 각국 랜드마크 건축물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마르코 비차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경복궁 패션쇼 개최를 발표하며 "세계적 건축물인 경복궁을 통해 한국 문화, 그리고 이를 가꿔온 한국민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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