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朝鮮칼럼] 남은 알지만 나는 모르는… 대통령이 알아야 할 '내 얼굴'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발행일 : 2023.04.24 / 여론/독자 A30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애초 준비했던 글을 접고 비상한 심정으로 새 글을 쓴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땅이 꺼진 듯 두려워할 일이다. 이재명 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고,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의 돈 봉투 살포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나온 결과다. 그만큼 국민의 다수는 대통령이 싫은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은 통치력의 근간이다. 새 정부의 명운을 가를 총선이 채 일 년도 남지 않았다. 지지율에 상관없이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을 취한다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당선 후 앞만 보고 돌진해 온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멈춰 서서 국민 눈에 비친 자신의 실상(實像)을 가감 없이 살펴야 한다. 우리 모습의 복합성에 관한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s)' 이론이 유용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

    첫째, 개방 영역(open area)의 모습이다. 대통령 자신도 국민도 아는 모습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신봉, 투철한 안보 의식, 친기업·친시장 성향, 굳건한 소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이 사회 다수 국민의 입장에서 믿음이 가는 지도자 상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경우 단기간에 대선 후보로 떠오르고 당선까지 이어져 이 영역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맹목 영역(blind area)의 모습이다. '도리도리' 고갯짓처럼 대통령은 인식 못 하지만 국민 눈에는 보이는 모습이다. 이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오랜 검찰 생활에 기인하는 무의식적 습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위선적인 진보 진영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정의롭고 강직한 검사의 이미지로 권력에 올랐다. 하지만 검찰에 대한 보다 보편화된 인식은 서슬 퍼런 권력 기관, 상명하복, 자기들끼리 똘똘 뭉친 폐쇄성, 고압적 말투 같은 부정적 이미지다. 윤 대통령의 현재 모습은 후자에 가깝다.

    최근 우리가 대통령을 보는 건 주로 국정을 점검하는 회의 주재 장면들을 통해서다. 이를 통해 드러나는 대통령의 전형적 모습은 안보·외교는 물론 저출산, 공공요금, 반도체, 2차전지에 이르기까지 결연한 표정으로 열변을 토하고, 참석자들을 훈계·지시·명령하는 전지적 지도자의 모습이다. 국정의 핵심 보직에 검찰 출신들을 다수 중용한 일은 또 어떤가. 이러한 모습들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긴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

    셋째, 은폐 영역(hidden area)의 모습이다. 대통령은 알지만 국민은 모르는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의 과거 시절, 대통령의 음주 습관, OO도사의 거취를 둘러싼 카더라 발언 내지 루머가 기승을 부리는 영역이다. 가짜 뉴스로 통칭되는 이 같은 허위 조작 정보의 폐해는 심각하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을 포함해 유명인들이 감수해야 할 불가피한 소음 현상이다. 이를 걸러내는 건 언론의 역할이다. 그 역할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선 국가권력의 개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을 지니는 동시에, "검찰 출신 대통령은 어쩔 수 없구나"라는 부정적 확증 편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넷째, 미지 영역(unknown area)의 모습이다. 대통령 본인도 국민도 모르는 잠재된 대통령의 모습이다. 최근 이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기대와 불안감 중 점차 후자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종합적으로, 국민 눈에 비친 윤 대통령의 모습은 "아직 충분히 확신할 수 없고, (부정적 의미에서) 검찰스러우며, 숨겨진 점이 많아 불안하다" 정도로 요약된다. "벌거벗은 임금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우화는 그 해법은 무엇인지에 관한 지혜를 전해준다. 비판적 피드백에 귀를 활짝 열어 맹목 영역에 대한 성찰을 강화해야 한다. 가짜 뉴스 징벌에 앞서 은폐 영역에 채워진 빗장을 풀어 진솔한 모습을 드러낼 때 국민은 보다 큰 신뢰와 지지로 응답할 것이다.

    '검찰 출신'이란 변수 역시 걸림돌이 아니라 장점이 될 수 있다. 대중에게 친숙한 성격 심리 검사인 MBTI는 공감(F) 유형과 논리(T) 유형을 구분한다. F 유형의 경우 "자살"의 반대말은 "살자"라고 답하는 반면, T 유형의 경우 "타살"이라고 답한다. 지인의 사고 소식에 전자는 '많이 놀랐지' 식의 공감을 표한다면 후자는 '보험은 있니'하며 사고 수습을 돕는다.

    국민은 당장은 F 유형에 끌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건 T 유형이다. 국민이 원하는 건 결국 두 속성을 겸비한 지도자일 것이다. 상식과 원칙의 리더십에 공감의 리더십을 더할 때, 윤 대통령은 무능하고 독선적이란 평가를 받던 직전 대통령의 한계를 넘어 유능하며 사랑받는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기고자 :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2303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