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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지난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시립미술관 2층 로비는 사람들로 붐볐다. 2층서 다음달 16일까지 열리고 있는 '무라카미 좀비'란 전시회를 보러 온 관람객들이었다. 일본 현대 미술 거장 중 한 명인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전시회였다. 부산시립미술관 정종효 학예연구실장은 "줄을 이렇게 서 가면서까지 관람을 하는 전시회는 드물다"고 말했다.

지난 1월26일 개막 이후 이 전시회를 보러온 관람객은 12만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2400여명에 이를 정도다. 이는 보통 전시회의 3~4배쯤 된다.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최근 우리 미술관에선 조각가 안토니 곰리, 미디어 아티스트 빌 비올라, 개념미술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등 세계적 현대 작가들의 전시회가 잇따라 열렸다"며 "'월드 클래스'급으로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항구도시, 수산도시 등의 이미지가 강했던 부산이 '글로벌 문화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부산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시립미술관의 전시회 수준 및 관람객 증가는 부산의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술품을 사고 팔고 감상하는 아트부산·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부산국제아트페어·BFAA 국제아트페어 등 부산서 열리는 4개 아트 페어를 찾는 관람객 수도 2020년 9만6000여명에서 지난해엔 27만여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문화 인프라도 수준이 높아졌다. 시립미술관·박물관 등 고전적 형태의 전시·보존시설 외에 6·25 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의 상황과 유물을 전시하는 서구 부민동 임시수도기념관,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후 한일관계를 복원해 서로 친교했던 역사를 보여주는 동구 범일동 조선통신사역사관 등이 있다. 또 6·25 전쟁 때 참전한 UN회원국의 활약상을 알려주는 대연동 유엔평화기념관, 일제 강점기 강제노역의 아픈 상처를 전해주는 국립일제강제공원역사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가인 이우환 공간, 팝 아트 등 현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사하구 을숙도의 현대미술관 등도 포진해 있다.

지난 1일엔 중구 중앙동 용두산공원 입구에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이 문을 열었다. 일제시대인 1929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연베이지색의 서구 양식을 하고 있다. '부산근대역사관' 등으로 쓰이다 3년 간 원형 복원 공사를 마치고 이날 개관했다. 지상 3층에 연면적 2196㎡ 규모다. 도서관·기록관·전시관 기능을 결합한 복합 인문·문화공간 역할을 한다.

부산시는 6·25 전쟁 당시 전국에서 피란민이 몰려 들고 임시정부도 자리했던, 그리고 UN군 참전으로 국제협력이 이뤄졌던 역사와 사연들을 간직한 건축물·장소 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 제1부두, 대통령 집무실(경무대)로 쓰였던 경남도지사 관저, 임시 중앙청이었던 경남도청, 유엔묘지(유엔기념공원), 피란민 마을이었던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 등이 그 대상이다.

여기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능가할 동구 북항재개발지 안 '오페라하우스'와 전문 클래식 음악당으로 쓰일 부산진구 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도 지어지고 있다. 오페라하우스는 진주를 품은 조개 형상을 한 건물 외관으로 설계돼 부산 해안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3050억원 이상을 들여 건축 중으로 2026년 완공 예정이다. 부산국제아트센터는 현재 수도권 2곳에만 있는 대형 파이프 오르간을 갖춘다. 1068억원을 들여 2025년 개관할 예정으로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은 이제 오페라하우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 하이엔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추고 일상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맘껏 향유할 수 있는 글로벌 문화매력 도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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