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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장한 스팩 7종 중 5종, 공모가 밑돌거나 횡보

작년 부진했던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이 올해 들어 저조한 흥행 성적을 보이고 있다.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가 하면, 수요 예측 경쟁률이 1대1에도 못 미치는 등 굴욕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금투업계에선 "올 초 중소형주 공모 시장이 흥행하면서 '대체재' 성격의 스팩 시장이 다시 외면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스팩이란 증권사들이 비상장사를 인수·합병할 목적으로 설립한 서류상 회사, 즉 페이퍼컴퍼니다. 스팩은 상장 후 유망한 비상장 기업을 찾아 합병 등을 추진하고, 만약 3년 동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들에게 공모가만큼의 돈을 돌려주고 청산된다. 합병에 실패해도 공모가가 보장된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에겐 안전한 투자처로 분류된다. 비상장사 입장에서도 직접 상장과 달리 이미 상장된 회사에 합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중소형 공모주 살아나자, 죽 쑤는 스팩주

그런데 최근 이런 스팩들이 흥행에 잇달아 실패하고 있다. 올해 상장한 스팩 주는 미래에셋드림스팩1호 등 총 7종인데, 그중 5종의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거나 횡보하는 수준이다. 나머지 2종도 공모가보다 소폭(1~4%) 높은 수준이다. 특히 코스닥 상장 스팩으로서는 사상 최대였던 700억원 규모로 공모에 나섰던 미래에셋드림스팩1호는 이달 초 일반 청약에서 최종 경쟁률이 0.46대1로 집계됐다. 모집 주식의 절반도 안 팔린 것이다. 현재 주가(29일 기준)도 9460원으로 공모가(1만원)보다 5% 이상 내려간 상태다. 지난 9일엔 KB스팩24호가 수요 예측 후 저조한 경쟁률에 상장을 포기하기도 했다.

작년엔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스팩주가 상장과 함께 주가가 치솟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 6월 상장한 삼성스팩6호는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정해지고 상한가 마감)'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마감했다. 작년 10월 상장한 삼성스팩7호는 일반 청약 경쟁률이 약 430대1을 기록할 정도로 흥행몰이를 했다. 작년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로 일반 공모주 시장이 침체되면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인 스팩 시장으로 돈이 몰렸던 것이다.

반대로 올해 스팩 시장이 부진한 것은 일부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불기 때문이다. 대형주 IPO는 아직 부진하지만, 올 초부터 중소형주 상장 시장은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1~2월 코스닥에 상장(스팩 합병·이전 상장 제외)한 중소형주 9곳 중 4곳이 '따상'을 기록했다. 그중 지난달 상장한 유아용품 제조 업체 꿈비는 현 주가가 공모가 대비 500%나 오른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미 투자자들이 '안전 지향'형의 스팩 투자보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중소형 공모주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 규제도 '찬물' 끼얹어

여기에 최근 금융 당국이 스팩 심사를 강화한 것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스팩 설립 때 대표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증권사가 합병 수익을 위해 합병 대상 기업에 대한 평가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크다며 "스팩 합병 시 증권 신고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스팩의 성질상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크게 치솟지 못하는 것이 이례적이진 않다는 지적도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인수·합병 기간) 3년 중 합병은 통상 2~3년 차에 이뤄지기 때문에, 상장 초기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한다고 해서 흥행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고 했다. 유망 기업과 합병을 앞둔 시점에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스팩 시장은 공모주 시장과 일부 대체재 관계에 있는 만큼, 올해 일반 공모주 시장이 잘 풀릴수록 투자 자금이 더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올해 상장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의 공모가 대비 주가 등락률

[그래픽] 올해 상장 흥행한 주요 중소형주 기고자 :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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