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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은 작고 키는 쭉~ '세로본능'… 요즘 책들, 스마트폰을 닮아가네

    윤상진 기자

    발행일 : 2023.03.30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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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칵테일…' '파쇄' 등 최근 출간작
    문고판형에 세로는 40㎜ 더 길어

    세로로 길쭉한 스마트폰 화면에 익숙해진 탓일까. 책 판형(版型)도 스마트폰을 닮아가고 있다.

    이달 출간된 소설가 구병모의 신간 '파쇄'(위즈덤하우스)는 초콜릿 바처럼 폭이 좁고 기다란 형태다. 가로 109㎜, 세로 187㎜로 세로 길이가 가로의 두 배가량인 스마트폰 비율과 비슷하다. 성인 남성이 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아담한 크기. 가로가 짧다 보니 한 줄에 들어가는 글자 수는 20자가 채 되지 않는다. 부지런히 다음 줄로 눈길을 옮겨가야 하는 이 책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이 출판사의 '주력 상품'이다. 이곳은 이 같은 판형을 시리즈로 만들어 앞으로 50권 이상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출판 시장에 '세로 본능'을 표방한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소설가 조예은의 '칵테일, 러브, 좀비'<아래 사진>로 유명한 '쇼트 시리즈'(안전가옥)는 가로 100㎜, 세로 182㎜로 극단적인 길쭉함을 자랑한다.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나오는 '핀 시리즈' 역시 가로·세로 길이가 112㎜×190㎜로 스마트폰과 유사한 모양이다. 이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종수 중 15% 정도가 이런 형태로 발간된다. 이 외에도 민음사(쏜살문고), 유유출판(땅콩문고), 자음과모음(트리플) 등의 출판사에선 길쭉한 책들을 시리즈와 개별 단행본으로 만들고 있다. 예전부터 '문고판(106×148㎜)' 같은 작은 책은 있어왔지만, 최근엔 '몸집은 작은데 키는 큰' 책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다란 책은 단순히 휴대성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출판 관계자들은 짧은 글과 스마트폰 화면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의 읽기 습관이 판형 변화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장편소설이나 '벽돌책' 같은 길고 두꺼운 책을 선호하는 독자층이 점점 얇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본부장은 "10년 전만 해도 200자 원고지 1000장은 써야 책이 나온다고 생각했다면, 최근엔 400~500장 분량 기획도 많이 나온다"며 "책의 내용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책의 물성(物性)을 확보하기 위해서 작고 길쭉한 판형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길쭉한 디자인의 책은 독자들에게 '굿즈'로 여겨지며 매출 상승을 견인하기도 한다. 잡지 출판사 브로드컬리는 기존 A4 용지 사이즈(210×297㎜) 크기의 잡지 판형을 110×170㎜로 바꾼 뒤 한 달 매출이 최대 30배까지 뛰었다. 잡지에 담긴 내용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디자인 변경만으로 극적인 효과를 본 것이다. 조퇴계 편집장은 "휴대용 영어 사전 느낌으로 디자인과 판형을 바꾼 뒤엔 서점 매대에 전시되는 경우도 늘어났다"며 "앞으로 출간하는 잡지 역시 작고 길쭉한 판형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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