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올들어 코스피 3% 늘때 코스닥은 18% 증가

연초 이후 코스피보다 코스닥의 주가 상승 폭이 두드러지면서 '빚투(빚내서 투자)'도 코스닥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로부터 신용 대출(융자)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연초 이후 28일까지 코스피(9.4%)보다 코스닥(24.1%)의 주가 상승률이 더 컸다.

하지만 최근 코스닥에서 2차전지 등 특정 업종에만 급등세가 집중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과도한 빚을 내 특정 업종에 '몰빵' 했다가 의외의 변수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신용융자, 코스피 넘어선 코스닥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코스닥 시장의 신용 융자 잔액은 9조1804억원으로 연초보다 18.3%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신용 융자 잔액은 8조7742억원에서 9조398억원으로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8일 코스닥의 신용 융자 잔액은 2020년 11월 17일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코스피를 넘어섰고 9일에도 코스피를 웃돌았다. 이후 코스피보다 잔액이 낮아졌다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연속 코스피 신용 융자 잔액을 상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코스닥에는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형주가 몰려 있어 신용 융자 잔액은 통상 주가가 비싼 코스피가 더 크다"며 "하지만 2019~2020년 같은 증시 활황기에는 중소형 종목 주가가 오르며 코스닥의 신용 융자가 더 많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정 업종 급등에 증권사 금리 인하로 '빚투' 늘어

코스닥 신용 융자가 급증한 것은 올 들어 코스피보다 코스닥 시장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코스닥의 거래 대금이 코스피를 웃도는 역전 현상도 2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28일 코스닥 거래 대금은 13조6054억원으로 코스피(8조6415억원)의 1.5배에 달했다.

특히 일부 테마성 종목이 급등하면서 해당 종목에 신용 대출을 낀 단기 매매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코스닥에서는 2차전지, 로봇, AI(인공지능) 등 테마 업종이 크게 올랐다.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에 오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올 초 대비 지난 28일 종가가 각각 294%, 139%나 폭등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오르는 종목에 '사자'가 붙어 더 오르는 양극화 장세"라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증권사들이 일제히 신용 융자 금리를 내린 것도 '빚투'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연 10%에 육박했던 증권사 신용 융자 금리는 최근 단기(7일) 3~5%대, 중·장기(1~2개월) 8~9%대로 떨어졌다. 증권사들이 금리를 낮춘 이유는 작년 증시가 좋지 않았음에도 29개 증권사가 신용 융자 이자 수익으로만 1조5000억원을 벌자 '이자 장사'라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증시 6% 내외 추가 하락 가능"

전문가들은 특정 종목의 상승이 이끄는 증시일수록 해당 종목 주가 하락 시 충격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나 로봇 등 종목은 기업 실적 등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아 기대 심리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일부 종목 쏠림세가 계속되면서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했다.

주가가 떨어져 담보 가치가 일정 비율(담보유지비율·통상 140%) 밑으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임의로 반대매매를 하게 된다. 대출 1억원을 받은 뒤 140%인 1억4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지 못하면, 2거래일 뒤 시초가에 반대매매가 이뤄진다. 반대매매로 대출금을 다 못 갚으면 추가로 돈을 내 상환해야 한다.

최근 게걸음 치는 증시가 단기간 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윤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기점으로 코스피는 이전 고점 대비 5.6%까지 떨어졌다"며 "위기의 정점이 언제인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금융 분야에 위기가 국한될 경우 6% 내외로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 올해 신용거래융자 추이 기고자 : 김효인 기자
본문자수 : 208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