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은행권에 상생 바람이 부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최고 연 20%에 달하는 2금융권 신용대출을 연 10% 미만 은행 대출로 바꿔주는 'KB국민희망대출'을 지난 27일 출시했습니다. 1년 이상 재직한 근로소득자로 연소득 2400만원 이상이어야 신청 가능합니다. 다중채무자도 별도 페널티 없이 최대 1억원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은행 문턱을 낮춘 상품이라고 기대가 컸죠.

전국 국민은행 영업 창구에 첫날에만 신청자 700여 명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대출 거절을 당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중·저신용자가 속출했습니다.

신용평점 700점대 후반(5등급 수준)인 한 신청자는 "연봉이 4600만원이고 저축은행 3곳에 빚 8000여 만원이 있다"며 "2년 치 소득 증명을 떼서 은행에 갔더니 대출금을 더 갚고 신용평점도 올려서 오라더라"며 거절당한 사연을 하소연했습니다. 이 같은 대출 거절은 대부분 신청자들의 조건이 은행 내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은행은 당황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대출 기준을 2단계나 완화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신용등급이나 채무 상황이 좋지 않은 대출자들이 몰렸기 때문이죠. 은행이 생각한 '비교적 건전한' 중·저신용자와 실제 신청자 사이 간극이 굉장히 컸던 것입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부업 대출 보유자나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고객, 연체 이력이 있는 고객은 대환 대출이 제한된다"며 "조건 없이 취약 차주를 지원하는 정책 상품이 아니라, 은행 자체 대출 상품이기에 대출이 거절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2금융권 대출자를 돕는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바람에 대출을 거절당한 사람들에게 되레 원성을 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신용 고객에 익숙한 은행이 취약 차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은행의 사회 공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상품이 나올 수 있는데요. 이번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보다 세심한 대출 기준 설정과 친절한 안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고자 : 유소연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46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