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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홍학

    정지섭 기자

    발행일 : 2023.03.29 / 특집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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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만 마리 넘게 무리 생활하기도… 부리는 '삽'처럼 먹이 퍼나르는 역할 해요

    물새인 홍학이 무리를 지어 사는 방식이 아주 독특하다는 연구 결과가 얼마 전 외신에 보도됐어요. 단순히 같은 종이라고 한 무리로 어울리는 게 아니라 활달하고 외향적인 홍학끼리 따로 모이고, 조용하고 내성적인 홍학끼리 무리를 이룬다는 거예요. 성격이 맞는 이들끼리 어울리는 사람과 흡사하다는 거죠.

    맵시 있는 발걸음과 우아한 날갯짓으로 유명한 홍학은 아프리카와 남미, 유라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여섯 종류가 살고 있어요. 우리말로는 붉은 학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선명한 붉은색부터 흰색에 가까운 분홍색까지 종류별로 모습과 빛깔이 제각각이랍니다.

    이런 몸 색깔은 식습성과도 연관이 있는데요. 홍학이 즐겨 먹는 해조류와 작은 갑각류에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가 풍부합니다. 바로 이 색소를 통해 불그스름한 특유의 색깔이 형성되는 거래요.

    위로 볼록 솟았다 구부러진 듯한 모양을 한 홍학의 부리는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눈에 확 띄어요. 부리도 홍학의 식습관에 맞춰 안성맞춤형으로 진화한 거랍니다. 홍학은 사냥할 때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바닥에 있던 갑각류나 연체동물 등을 찾아내죠. 이때 구부러진 부리는 먹잇감을 퍼 날라주는 '삽' 구실을 한답니다.

    홍학은 그 어떤 새보다도 확실한 무리 생활을 하는데요. 적게는 몇 백, 몇 천 마리부터 몇 십만 마리까지 규모도 다양합니다. 동아프리카에 사는 어떤 홍학 무리는 무려 100만 마리가 넘는 규모인데 이는 지구 상에 사는 어떤 새 떼보다도 크대요.

    홍학은 보통 알을 하나만 낳고,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암수가 힘을 합쳐 돌봐요. 갓 태어난 홍학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둥지에서는 다른 새들에게선 볼 수 없는 장면도 볼 수 있어요. 바로 젖먹이기죠. 육아에 들어간 홍학의 소화기관에서는 '크롭 밀크(crop milk)'라는 일종의 젖이 나와요. 암컷뿐 아니라 수컷에게서도 나와요. 새끼 홍학은 부모의 부리 속에서 흘러나오는 이 젖을 필사적으로 받아먹죠. 그런데 때에 따라서는 이 젖이 핏빛이기도 해서, 종종 '홍학은 제 새끼를 위해서 자기 살을 찢어 피도 먹인다'고 착각하는 해프닝도 일어난대요.

    홍학들이 무리 지어 늘씬한 몸을 쫙 편 채 망망대해를 날아가는 장면은 자연 다큐멘터리에도 종종 등장하죠. 이렇게 멋지고 우아하게 비행하려면 땅바닥을 달려서 속도를 붙여 박차고 날아오르는 과정이 필요하답니다. 이 순간은 홍학에게 매우 위험하기도 한데요. 자칼·여우·개코원숭이 등 육식동물들이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날아오르려는 홍학을 덮쳐 잡아먹거든요.
    기고자 : 정지섭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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