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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적 변화·美食 취향까지 드러내… 허균은 '소셜미디어형 지식인'이었다"

    유석재 기자

    발행일 : 2023.03.29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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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전집' 6권 번역·출간한 연대 허경진·고대 심경호 교수

    "허균(1569~1618)을 '반항적 지식인'이나 '홍길동전의 저자' 정도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책들은 그의 다른 쪽 얼굴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될 겁니다." 최근 출간된 '허균 전집'(보고사)의 1차분 6권을 앞에 놓고 허경진(70)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와 심경호(68) 고려대 특훈명예교수가 말했다. 국문학자인 허 교수가 기획했고 한문학자인 심 교수를 비롯해 구지현·최재원·천금매·노요한 등 학자가 번역에 합류했다. 자료 수집부터 꼬박 10년이 걸린 작업이다.

    '전집'은 허균의 기존 문집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 실리지 않은 저술 9종, 원고지 1만1637장 분량이다. 첫 저술 '학산초담(鶴山樵談)',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오며 쓴 '을병조천록(乙丙朝天錄)', 최후의 저술 '한정록(閑情錄)' 등이 포함됐다. 허균이 역적으로 몰려 죽었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진 그의 글들을 곳곳에서 어렵게 모았다.

    이번 '전집'의 내용은 "자유분방한 반골적 지식인 허균이 체제 내의 현실 정치인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두 교수는 말했다. 한마디로 일종의 '우경화'였다는 것. 40대 초반 유배를 다녀온 뒤 형조참의·좌참찬 등 광해군 조정의 핵심 정치인으로 활동하게 되며 왕권 강화, 대명(對明) 관계 개선 등 임진왜란 직후 당면한 정치적 문제의 해결에 나서는가 하면, 퇴계를 인정하며 정통 성리학으로 돌아가려는 모습도 보였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헤겔·마르크스나 주자가 그랬듯 허균 역시 중반에 많은 사상적 변화를 겪은 지식인이었다"고 했다. 허 교수는 "만년의 허균은 정치적 탄압을 예견했는지 '한정록'에서 낙향과 은둔을 꿈꾸는 글을 썼다"고 했다. 우리가 아는 '혁명가 허균'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허균은 과연 탁월한 지식인으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중국과 일본 등 조선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 대해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허균 형제였다"고 허 교수는 말했다. "허균의 형 허성은 '일본이 밉더라도 외교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허균은 청나라의 발흥과 침입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경고했습니다."

    두 교수는 허균이 '업데이트형(型) 지식인'인 동시에 '소셜미디어형 지식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 중 한 사람이었으면서도 새로 출간된 중국 서적을 끊임없이 구해 읽으며 최신 정보를 습득했다는 것이다. "사실 벼슬살이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책들이었죠…." 또한 당대 다른 지식인과는 달리 자신의 고뇌와 사상적 변화는 물론, 미식(美食)에 대한 욕망과 잠자리를 같이 했던 여인의 이름까지 다 기록하는 등 자기 생활의 모든 면을 숨김없이 드러냈다는 얘기다.
    기고자 :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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