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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살 막내는 구했는데…" 나이지리아 4남매 참변

    안산=권상은 기자 안산=김예랑 기자

    발행일 : 2023.03.28 / 사회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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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산 빌라 새벽 화재… 화마가 앗아간 '코리안드림'

    나이지리아 국적 부모와 어린 5남매 등 일곱 가족이 살던 경기 안산시의 한 빌라에 불이 나 4남매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남매의 아버지는 중고 물품을 수집해 수출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지만 화마가 한순간에 '코리안 드림'을 앗아갔다. 이들 가족은 2년 전에도 집 안에서 불이 나는 사고를 당해 숨진 남매 중 한 명이 화상을 입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28분쯤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의 진화로 50분 만인 오전 4시 16분쯤 꺼졌다. 하지만 집 안방에서는 11세 여아, 7세 남아, 6세 남아, 4세 여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화재 당시 집 안에는 나이지리아인 A(55)씨 가족 7명이 있었다. 불이 나자 거실에서 자고 있던 A씨는 아내 B씨와 아이들이 자고 있던 방문을 두드려 알렸고, B씨는 막내딸(2)을 창문 너머로 던진 후 자신도 창밖으로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길이 치솟는 바람에 나머지 아이들을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팔과 다리에 3도 화상을 입었고, B씨는 허리를 다치고 다리뼈가 부러졌다. 불이 난 집은 약 21㎡ 면적에 거실 겸 주방, 안방·작은 방, 화장실을 갖춘 구조였다. A씨 가족은 2년 전쯤 이 집으로 이사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찾은 화재 현장에는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고, 집 안은 잿더미가 돼 있었다. 화재가 난 지역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러시아·나이지리아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인근에는 고려인문화센터도 있다. A씨는 2008년 D9(무역 경영) 비자로 한국에 들어왔고 B씨는 2012년 입국했다고 한다. A씨는 가스레인지, TV, 냉장고 등 중고 물품을 수집해 아프리카로 수출하는 일을 했다.

    6년 동안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인 치네두(45)씨는 "가족들이 근면하고 바쁘게 살았다"고 전했다. 인근 마트 주인인 김모(80)씨는 "며칠 전에도 마트 앞 컨테이너 수거함에서 가스레인지, 전자제품 등 고물을 가져갔다"며 "우리말도 잘하고 성격이 좋았다"고 했다. 필리핀에서 귀화했다는 웨나린(44)씨는 "A씨가 나이지리아 국적 남편과 알고 지내 그쪽 집 아이들도 종종 보고 지냈다"며 "아이들이 밝고 귀여웠으며 특히 큰딸은 엄마와 사이도 좋아 보였는데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고 했다. 숨진 4남매는 모두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첫째와 둘째는 대안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족은 2년 전에도 화재 피해를 당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2021년 1월 8일 A씨 가족이 살던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소재 3층짜리 빌라 반지하에서 불이 나 아들(당시 5세)이 목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다. 당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씨 가족 사연을 알게 된 한 기업이 아들의 치료비를 대신 내주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의 합동 감식 결과 화재는 출입구 부근 거실 벽면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처음 발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합선 등 전기적 요인 때문에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병원에서 A씨 부부를 만났다는 안산다문화교회 박천응 목사는 "외국인 공동체 대표자들이 협의해 빈소를 차리고 4남매의 장례와 유족의 병원 치료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고자 : 안산=권상은 기자 안산=김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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