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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大선 공학과 예술, 경제와 생물학 결합… 학문의 벽 허물어"

    김연주 기자

    발행일 : 2023.03.28 / 종합 A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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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예일대학교 총장
    피터 샐러베이 인터뷰

    미국 예일대 피터 샐러베이(Salovey· 65) 총장은 지난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대학 혁신 전략으로 '학문 간 벽을 없애고 협력하는 것'을 꼽았다. 학문의 통·융합이 새로운 접근법과 해법을 제시할 것이란 의미다. 샐러베이 총장은 2013년 취임 후 예일대 혁신을 이끌고 있다.

    예일대는 전통적으로 인문·사회·예술 분야가 강했다. 그런데 샐러베이 총장은 공학·과학 분야 지원을 대폭 확대해 전통 분야와 융합을 추구했다. 장학금을 확대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입학을 두 배로 늘렸다. 여기엔 '동종(同種)'보다 '이종(異種)'이 모였을 때 더 창의적 발상이 나온다는 그의 철학이 깔려 있다.

    ―예일대는 전통적으로 인문·사회·예술이 강한데 요즘은 어떤가.

    "올해 인문, 사회과학, 공학·과학 분야 학부생 숫자가 처음 같아졌다. 최근 새로운 공대를 설립했고, 교수진도 약 30% 늘렸다. 특히 컴퓨터공학 수요가 많아 그쪽 교수진을 확대 중이다. 공학·과학 쪽 교수와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공간도 새로 짓고 있다."

    ―학문을 넘나드는 연구는 왜 중요한가.

    "어떤 문제의 가장 흥미로운 해결책이 2개 이상의 학문적 관점으로 접근할 때 나오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문제의 경우 탄소 격리(대기에서 탄소를 제거) 연구에는 지구·행성과학이 꼭 필요하다. 또 탄소를 포획하는 자연적 방법에 대한 연구는 지구과학이나 지질학자들이 담당한다. 대체에너지는 물리학자나 기계공학자, 광합성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들도 동참해야 한다. 여기에 경제학자들은 탄소 가격을 투명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또 예술가들은 표면 냉각 효과가 있는 페인트로 작업하고, 건축가들은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건물을 짓는 방법을 연구한다. 또 예일대에선 건축대학과 환경대학이 함께 '지속 가능한 건물 짓기'에 대한 학위를 준다."

    ―공학과 다른 학문의 융합을 추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공학과 의학의 통합 연구를 촉진하는 '바이오메디컬공학', 공학과 환경 융합을 위해 '환경공학'을 만들고 있다. 심지어 '컴퓨터과학과 예술'이란 특별 코스도 있다.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한국계 미국인 시어도어 김도 우리 대학 컴퓨터과학과 교수다."

    ―예일대는 양자(量子)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양자 분야에서도 우리는 통·융합 접근을 한다. 수학과 이론 물리학자, 양자과학 실험가, 실제 양자 칩을 만드는 공학자와 재료과학자들이다. 이들의 협업은 실제 작동하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었을 때 컴퓨터의 힘과 속도를 극적으로 높일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를 한 건물에 모아 협력하도록 하는 것이 전략이다."

    ―총장이 된 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많이 뽑았다고 들었다.

    "10년 전보다 가족 중 처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두 배가 됐다. 우리는 전 세계 학생들이 어떤 가정 출신이든, 어떤 동네에서 자랐든, 교육받을 수 있도록 문을 열고 있다. 박사 과정 학생 전체와 학부생의 55%에게 재정 지원을 한다. 학부생의 90%가 빚 없이 졸업한다. 10년 만에 만들어진 변화다."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확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내 조부모는 동유럽에서 미국으로 온 가난한 이민자다. 하지만 아버지는 뉴욕시립대를 거쳐 하버드대를 나왔다. 그걸 다 무료로 받았다. 2세대 후인 내가 예일대 총장이 된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우리 가족의 궤도를 바꾼 건 바로 '교육'이었다. '교육의 사회 이동성'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의 배경이 다양해졌을 때 장점은.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일 때 풍부하게 배울 수 있다. 연구에서도 동종 팀보다 이종 팀에서 훨씬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온다. 성장한 방식 등에 따라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면, 그 팀은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런 파격적 장학 제도는 예일대가 52조원(약 400억달러)이 넘는 기금을 갖고 있는 덕분 아닌가. 대학에 충분한 재정은 왜 중요한가.

    "정부와 독립된 자금을 갖고 있을 때 학문적 자유가 커진다. 또 우리는 매우 정치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학에 대한 기부는 그런 변화에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챗GPT 시대 대학은 학생들에게 어떤 역량을 길러줘야 하나.

    "학생들은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법, 명확하게 의사소통하는 법, 팀으로 일하는 법, 지식을 융합하는 법 등을 배워야 한다. 챗GPT가 이런 능력 자체를 대신할 순 없다. 챗GPT가 기자를 돕긴 하겠지만 기자는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기자는 진실을 확인하는 좋은 취재원을 갖고 있다. 미래에 신문이 있다면 인간 기자가 필요할 것이며 그것은 교육도 마찬가지다. 나는 챗GPT가 두렵지 않고, 매우 낙관적이다."

    ―챗GPT 써봤나.

    "그걸로 시를 써봤다. '괜찮은' 시는 쓰는데 '훌륭한' 시는 못 쓰더라. 챗GPT한테 내 아내에게 시를 써달라고 했다. 나의 사랑을 표현하고 우리 개 이름 '맨디'도 언급하라고 했다. 그걸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읽고 울더라. 와이프는 시가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내가 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챗GPT가 썼다는 걸 알고 그녀도 엄청 놀랐다."

    ―대학 교육 방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이제 교수가 강단에서 강의하는 방식은 덜 유용할 거다. 필요한 지식은 챗GPT에서 배울 수 있으니까. 교수와 학생이 함께 앉아 토론하는 등 경험을 주는 수업 방식이 늘어날 것이다."

    ―예일대의 다른 교육 혁신은.

    "예일대에는 전 세계에서 모은 예술품들이 있다. 헨리 키신저 전(前) 국무장관이 중국의 마오쩌둥을 처음 만났을 때 쓴 노트도 있다. 학생들이 그걸 직접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미국 독립혁명에 참전한 군인이 쓴 노트를 직접 읽는 것은 디지털에서 보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이런 수집품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총장이 된 후 처음 방한했다.

    "한국의 훌륭한 동문들과 학부모를 만나러 왔다. 현재 예일대에는 한국인 학생 163명이 있다. 중국, 캐나다, 인도, 영국 다음 5번째 규모다."

    [샐러베이 총장은]

    정서지능 'EQ'의 창시자… 10년간 예일대 이끌어

    심리학자로 스탠퍼드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예일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딴 뒤 1986년부터 예일대 교수로 재직해 왔다. 1990년 EQ로 불리는 '정서 지능(Emotional Intelligence)' 개념을 공동 창시했다. 그의 연구 결과 정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친구가 더 많고,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직장에서 더 생산적이고, 팀 활동을 잘하며 팀을 잘 이끌었다. 2013년부터 예일대 23대 총장을 맡고 있다. 공학·과학·바이오·보건 분야를 확대하는 등 10년간 예일대를 크게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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